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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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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⑮신탁 - 소크라테스가 가장 지혜로운 이유

강정민(변호사·소설가)
강정민(변호사·소설가)
플라톤이 저술한 「변명」을 읽어보면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500명의 재판관들과 많은 방청객들에게 하늘의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멜레토스와 아니토스와 리콘 등 세 사람에게 고발당한 70세의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혐의를 오래된 고발자들의 고발내용과 새로운 고발내용으로 구분한 다음 차례대로 변명(변론)합니다. 오래된 고발자들의 고발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며 괴상하다. 그는 지하의 일이나 천상의 일을 탐구하고 나쁜 일을 좋은 일처럼 보이게 한다. 그리고 그는 이런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친다’는 것이고, 새로운 고발자들의 고발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신을 믿음으로써 죄를 범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와 같은 일은 한 적도 없다고 변명하며 이러한 누명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의 변론에 의하면 그가 이러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은 델포이 신전의 신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소크라테스의 친구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 가서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한 사람이 있는가’ 하고 물었는데 신전의 무녀가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신탁을 받은 것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신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신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어보았지만 자기보다 지혜로운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들의 원한만 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혜롭다고 알려진 정치가들을 만나 본 결과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합니다. “그 사람들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지자(智者)라고 여겨지고 있고 자기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진리를 모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최소한 내가 진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는데, 그들은 이러한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내가 그들보다 지혜롭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치가들 중에 자신보다 지혜로운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시인들을 찾아 다녔고 그 결과 시인들 역시 지혜롭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시인들이 시를 짓는 것은 지혜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언자나 점쟁이처럼 타고난 재질과 신으로부터의 영감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말을 많이 하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의 시로 인하여 다른 일에도 지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어 훌륭한 기술을 가진 장인(匠人)들을 찾아다닌 결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기술적인 일을 잘 해낸다고 해서 다른 큰일들에 관해서도 자기가 최고의 지자(智者)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로 인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마저 가리어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지혜를 찾고 있는 소크라테스에게 땅의 지혜로 가득 차 있는 그들은 전혀 지혜롭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 당연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재판관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신탁의 의미에 관하여 말합니다. “여러분, 아테네에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신탁은 사실은 오직 신만이 지혜로우며 인간의 지혜는 보잘 것 없다는 계시였습니다. 마치 ‘오오 인간들이여, 너희들 가운데 누구든지 가장 지혜 있는 자는 자기가 지혜에 있어서 사실은 보잘 것 없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누구든지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의 명령에 따라 그 사람을 헤아려 보고 그가 지혜롭지 못하다는 점을 밝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어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고발당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와 같은 탐구로 말미암아 나는 최악의 그리고 가장 위험한 적을 만들었으며 또한 많은 비방을 불러일으켰고 현자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찾고자 한 지혜를 나 자신은 가지고 있으리라 상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혹시 여러분들도 소크라테스를 고발하지 않았습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