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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Group 춤 in'의 두 번 째 정기공연…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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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Group 춤 in'의 두 번 째 정기공연…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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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세상의 모든 것이 검게 보일 때 빨간 열정은 봉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밀물로 밀려오는 청춘은 뜨거운 여름과 가을의 포말을 익혀야 했다. 반복되는 일상은 ‘휨’을 연마하고,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이글거리던 열기가 호흡을 가다듬을 때 슬며시 다가온 책은 지성을 일깨웠건만, 청춘은 뜨거워야만 그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Group 춤 in’(예술감독 전은자 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 대표 김보람)은 서강대 메리홀에서 객원안무가 김윤수의 『Frame(프레임)』을 두 번째 정기공연 작품으로 상정했다. 안무의 틀, 추억이 쌓인 퇴적층은 기억이란 이름의 액자에 걸린 이미지들이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메크로, 서울문화재단, 성균관대학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후원했다.

제1부와 제2부로 나눠진 공연, 1부는 객석과 무대가 바꾸어진 상태였고, 2부는 정상 객석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흐릿한 추억 속에서도 계절은 스쳐 지나가고, 눈물처럼 아린 청춘의 소중한 체험들은 기억의 프레임을 단다. 안무가는 의식의 부스러기들 속에 남아있는 이미지들을 모은다. 자유로운 창작 공간속에 펼쳐진 춤은 결승전 축구 같은 분위기를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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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왁자지껄한 청춘들의 설렘에서 시작된 프롤로그, 로도비코 아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Experience’가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위치처럼 소음과 정적을 오가는 선생들의 싸인, 청춘들의 작은 군집들이 생기고, 흩어지고를 반복한다. 함성으로 퍼진 청춘예찬은 레이저 빔을 포함한 조명의 현란한 수사와 다양한 조합의 춤 연기로 경탄을 자아낸다.

춤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춤의 세계를 접하는 젊은이의 걸음걸이는 도량(道場)의 틀 속으로 진입하고 신비적 단자(單子)를 단다. 로도비코 아이나우디의 음악들이 이후로도 주도적으로 춤과 보조를 이룬다. 자유로운 등퇴장, 다시 무대에 모인 청춘들, 경기장의 함성이 퍼지고, 이 때 2층에서 공이 던져진다. 공을 받아내는 여인, 사각 레이져에 담긴 공이 포커스로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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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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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무대는 공, 앉아있는 여인, 2층 좌우의 관객들로 분할된다. 그들의 시선은 춤이라는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발산’이 프랙탈(fractal) 도형에 잡히고 닮음을 증폭시켜 나간다. 시작(詩作)은 자연의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말처럼 움직임에 관한 상상은 스승의 생각을 닮아가는 것에서 시작됨을 알린다. 부분이 전체와 닮은 자기유사체는 춤집단 ‘Group 춤 in’, 프레임과 연결된다.

요한복음의 시작은 ‘태초에 한 말씀이 있었다(In principio erat Verbum.)’로 시작된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던 시절, 무리를 이루어 떨어질 수 없었던 공동체 위로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정결함, 그 이미지들이 가시적 세계로 진입하고 미세한 움직임들에 집중한다. 살아가면서 춤꾼으로서의 계율을 지키며 존재감을 지키고자하는 각오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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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개인적이고 근원적 의식의 부분과 찰나적 순간이 토해놓은 모순의 당위성마저 인간의 한 부분임을 춤으로 그려낸 『Frame(프레임)』은 사랑의 달콤함과 쌉싸름한 이별을 섞어 놓는다. 핵 세포처럼 강렬하게 퍼져나가던 사랑, 해면체의 유동으로 비춰졌던 그 기억은 뜨거운 햇살이 남긴 상처와 사막에 홀로 선 사내의 외로움을 낳을 운명이었다.

무리들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었다. 오보에와 사크부트가 변주하는 우아함을 견지한 느릿한 파반느가 아픔을 쓸어낸다. 정글같은 세상에서 탈피하고자하는 권교혁, 김서현의 이인무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속되는 프랙탈 도형은 젊은이들의 존재 가치를 일깨우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서정은 곧 녹아버릴 청춘의 짧은 나날들을 춤으로 승화시키면서 1부를 마감한다.

2부는 지성에 대한 존중의 장(場)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로 마감되었어도 충분한 2부, 인터미션이 끝나면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 볼 공간, 춤이 우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춤을 본다. 학자는 숭상의 대상이 되고, 그의 정신은 살아남아 세상을 지배한다. 새로운 학문을 접할 때마다 약간의 전율이 인다. ‘책읽는 여자들’은 불어로 속삭이는 책의 의미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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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안무 및 연출의 'Frame(프레임)'

가볍게 부닥치는 빗들의 조화로운 사운드, 나무의 질감이 학문에 임하는 청춘들의 설렘을 불러온다. 간지럽힐 듯 다가온 책은 꿈을 영글게 하고 때론 격정에 휩싸이게 만든다. 반복적으로 주조되는 피아노 선율은 심장의 박동을 고조시킨다. 삶은 현실이다. 과거의 그림자는 추억의 파편으로 흩어지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항해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Frame(프레임)』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그 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고 격려하는 안무가의 ‘청춘예찬’이다. 눈물겹도록 고귀한 청춘에 대한 값진 충고이다. 연기, 춤, 빛이 아름다운 작품은 긴 여운을 남긴다. 아직, 그곳 청춘의 꿈은 소중한 초원의 빛으로 남아있고, 선한 마음의 사람들이 틀을 깨고 나와 싱그러운 자유를 구가하도록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