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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그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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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그대를 위하여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
해가 바뀌면 누구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행운을 갈구한다. 일출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결심을 다지고 기대감으로 가득한 소망도 빈다. 결국 긴 인생 아름답게 살게 해달라는 저마다의 바램일 것이다. 인생의 참 모습은 어떤 것일까.

故 신영복 선생님은 2016년 1월 15일 작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원장으로 계시던 성공회대학 인문학교실의 10기 수강생이었다. 선생님께선 오픈 강의만 하셨다. 사상범으로 몰려 20년 20일 간 수감 생활을 하셨는데 감옥이 새로운 깨달음을 준 대학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도시락을 함께 먹는 저녁 시간엔 늘 따뜻한 말씀을 전해주셨다. 3개월의 공부가 끝나는 마지막 시간, 선생님은 직접 먹을 갈아 붓을 들어 몇 가지의 글을 써서 나누어 주시고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저녁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함께 맞는 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더불어 한길”.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지금도 큰 울림으로 간직하고 있다. 맞다.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이다. 누구나 인생의 고비를 맞는다. 그러나 인생은 눈을 감을 때 끝나는 게임이다. 매일매일 새날을 맞는 것이다. 그러니 기회는 다시 온다. 나 또한 휘청거리기 일쑤였고 그 때마다 이 말씀을 위로삼아 담담하게 다시 시작했다. 한발 더 나가보자.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이가 들다보면 뼈저리게 느끼는 이야기인데 타인이 나의 운명을 가름하는 경우를 무수히 본다.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른다는 말도 그런 말이다. 어쨌든 사회생활은 줘야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타인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은 뭘까? 선생님은 타인을 배려하려면 방법을 찾기 전에 그의 입장에 서는 것이 먼저라고 하셨다.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깊게 들어줘서 그의 편이 되어 주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 모습은 “다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길”이어야 한다고 끝을 맺으셨다. 지난 겨울 모두가 높이 들었던 촛불을 통해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자는 연대와 결속의 염원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 해가 바뀌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니 새로운 소망을 품을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미덕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가 걸어온 길을 믿고 그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사람의 미덕도 알아줄 겸해서 말이다. 해가 바뀌어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 될 것이기에.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생각의돌파력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