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를 입고 랜드로버 구두를 신고 건물의 꼭대기층부터 계단을 통해 걸어 내려가며 현장을 체크하는 사람. 남에게 화려하게 보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어 좋다며 발로 뛰는 아줌마. 연 매출 100억원의 청소용역업체 (주)굿모닝대양을 이끌고 있는 임희성 CEO의 말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자부품 만드는 회사에 취업했고 졸업 후에는 외삼촌의 소개로 잠시 관공서에서 임시 공무원으로 일했어요.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매일 김치죽으로 끼니를 잇던 가족들은 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늘어났어요."
이후 그녀는 남대문 시장에서 아동복을 파는 가게 '옥동자'의 점원으로 취직했다. 1989년에 독립하여 자신의 가게를 차리며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고, 1993년 청소대행과 건물관리 전문기업 (주)굿모닝대양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인천공항과 제주‧수원‧수안보 등지의 호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50여만 평을 관리하며 사업체를 일구웠다.
"한 눈을 파는 순간 사업에서 실패했어요. 내 건물에서 임대료가 나가지 않으니 식당을 하면 돌을 벌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저를 신용불량자로까지 몰았지요. 그렇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해 성공했으니 두려워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 초반 군대에 간 남편의 갑작스런 자살, 사업실패, 뇌하수체 종양이라는 암과의 싸움…. 그동안 임희성 대표의 삶은 누군가 편안하게 닦아놓은 계단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돌을 쌓고 정성껏 닦으며 나아온 험난한 길이었다.
자신의 운명에 지지 않기 위해 인생이란 무게를 감당하며 묵묵히 인생계단을 닦아온 임희성 대표.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소박한 꿈이 있다고 했다.
한편 임희성 대표는 '계단을 닦는 CEO'의 인세 전부를 세상에 기부하기로 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이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서란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