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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계열 증권사 새 수장, 파격적 인사행보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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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계열 증권사 새 수장, 파격적 인사행보에 '촉각'

신 사장 체제 없애나…‘저성과자 퇴출제도’ 폐기 움직임에 ‘관치’ 우려도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좌), 신성호 IBK투자증권 전 대표이사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좌), 신성호 IBK투자증권 전 대표이사
[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IBK투자증권의 인사구성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총 70명을 승진 발령을 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최근 3년간 평균 40명보다 75%나 많은 수준이다.
특히 과장급 이하 승진자 수가 38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54.3%를 차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여성 승진자 비율 역시 48.6%로 이례적으로 높았다. 지난 2008년 설립 이래 여성의 이사 승진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인사에 새로운 바람이 일은 것은 지난 달 새로 선임된 김영규(57) 사장의 영향이 컸다. 김 사장은 지난 1979년부터 IBK기업은행에 줄곧 몸담아온 인물이다. ▲남동공단지점장 ▲인천지역본부장 ▲IB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신성호 전 사장에 비해 증권쪽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 사장은 역시 대우증권 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증권통’이다. 특히 옛 NH투자증권인 우리증권과 동부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지내는 등 증권업계에서 몇 안되는 리서치센터장 출신 경력을 가지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김 사장이 취임 직후 바로 파격인사를 단행한 데는 지난 2014년부터 약 3년간 IBK투자증권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온 신 사장의 뒤를 잇는 만큼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신 사장은 재임기간동안 WM자산관리 부문에서 IBK기업은행과 6개 복합점포를 개설해 총 10개를 운영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실적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영업이익은 2015년 399억원에 이어 2016년에는 10.02% 상승한 4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23억원, 28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활동하면서 중소기업의 코넥스 상장에 기여해왔다. 크라우드 펀딩만 13회 주관하며 업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신 사장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인선 방향부터 신 사장과 다른 노선을 선택할 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처, 김 사장도 정부 굴레에 갖힐까

그동안 불거져온 저성과자 퇴출제도 김 사장의 파격적인 인선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2월 금융권 최초로 저성과 퇴출제도를 도입하며 논란이 지속돼왔다.

해당 제도는 정규직 프라이빗뱅커(PB)중 직전 1년간 개인 영업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손익분기점 대비 40% 미만이거나 성과를 기준으로 하위 5%에 포함된 직원을 특별대상으로 삼고 일반해고까지 가능케 했다. 공기업 계열 증권사인 만큼 파장이 컸던 결정이었다. 당시 노동계의 반발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도 제명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방침에 따른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 제도로 진단했다. IBK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51.8%의 지분률을 지닌 상태다. 기획재정부 IBK투자증권 수장자리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처 중 하나로 지목됐던 이유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영규 사장은 일반해고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 폐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 결정된 건 아니지만 장차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문 정부로 교체된 후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기존 일반 해고를 가능케 하는 공정인사 지침을 없앴다”며 “김 사장이 IBK투자증권 전체 직원의 64%의 지지를 얻고 통과됐던 저성과자 퇴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정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높은 승진률도 파격적인 인사이기 보다 이전에 신 사장과 차별점을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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