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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①] “오늘밤도 가즈아~” 가상화폐에 빠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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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사회①] “오늘밤도 가즈아~” 가상화폐에 빠진 2030

가상화폐는 2030 세대의 장밋빛 꿈이다. 가상화페에 투자한 2030 세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미지 확대보기
가상화폐는 2030 세대의 장밋빛 꿈이다. 가상화페에 투자한 2030 세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백승재 기자] 대한민국에 한탕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화폐.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코인, 리플 등 가상화폐 이름들이 연일 검색어에 오른다. 직장인 중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정부의 ‘규제 엄포’에도 가상화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게임은 어떤가. 랜덤박스를 이용해 확률적으로 고가의 아이템을 얻는 ‘한탕주의’ 게임이 대세다. 한탕주의의 배경에는 계층 사다리가 절단된 한국의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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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2030세대가 가상화폐를 일컫는 말이다.

직장인들이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듣는 풍문이 있다. ‘나와 별 다를 게 없는 직장인이 가상화폐로 떼돈을 벌어 직장을 그만뒀다’는 얘기다. 단순히 소문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수백만원 번 사람은 부지기수이고, 수천도 종종, 수억원을 번 사람도 분명 주위에 실존한다. 젊은 세대가 가상화폐로 몰려들고 있는 배경이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개당 가격이 40만원 꼴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기라며 투자하는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가격은 개당 약 2000만원. 불과 2년 만에 50배가 올랐다. 단기간의 상승폭은 2등주 리플이 더 크다. 지난해 12월 개당 300원을 밑돌았던 리플은 1월 초 개당 4600원까지 오르며 한 달 만에 12배 가까이 올랐다. 기록적인 말로 부족하다. 그야말로 넣기만 하면 먹는 장이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대부분 2030의 젊은 세대다. IT에 친숙하고 정보에 민감한 데다가 자산 증식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나이들이다.

“부장급 이상은 못했을 거 에요. 가족 딸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판이 아니었어요.” 신림동 고시촌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B모씨(28)가 말했다. 4050세대는 부동산, 예금성 저축 등 안전성을 중시하는 기존 전통 자산에 익숙한 탓에 가상화폐에 투자한 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억원 벌어서 1월 중으로 직장 그만두는 게 목표입니다.” 32세 직장인 안모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수억 원의 수익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남부럽지 않은 전문직이지만 직장에 큰 미련은 없다고 했다. 어차피 임금으로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남는 시간에는 매일같이 가상화폐 차트를 들여다보고 신규 대안화폐(알트코인)를 공부한다. “제 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걸 압니다. 더 이상 직장에서 살아남으려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요.”

“가즈아~!” 지난 2017년 말 가상화폐의 부상과 함께 최대 유행어로 떠오른 말이다. ‘가자!’를 길게 늘려 발음한 것을 표현한 말로 자신이 투자한 가상화폐 시세가 상승하길 바랄 때 사용한다. 이 단어는 스포츠 도박 커뮤니티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안정적인 수익이 아닌 한 방을 노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손으로는 가즈아라고 적지만 가격이 떨어질까봐 속으로는 노심초사예요. 그건 아마 남들도 똑같을 겁니다. 그러다 물리면 어쩔 수 없이 존버(끝까지 버틴다)해야죠.” 서울 4년제 대학교를 다니는 최모씨(24)의 말이다. 가상화폐로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는 그는 눈앞에 닥친 등록금을 해결했다고 안도했다.

청년들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안에 크게 분노했다. 특히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 금지’ 의견을 흘린 데 대해 ‘큰 손해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왜 기득권의 부동산 투기는 괜찮고 2030의 투기는 막느냐’고 항변했다. 15일 오전 기준 18만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 찬성했다. 찬성수가 20만명을 넘으면 정부는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