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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공사업 민간위탁 리스크 노출…초대형 건설사 카릴리언 '부도'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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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공사업 민간위탁 리스크 노출…초대형 건설사 카릴리언 '부도' 여파

공공 프로젝트 맡은 타 업체에 정부 신용 '요동칠 듯'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영국 대형 건설사 카릴리언(Carillion)이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강제 청산 절차에 들어갔지만, 영국 정부는 공공 프로젝트의 주요 발주처인 카릴리언을 구제하지 않고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파탄에 따른 혼란 수습 과정에서 공공사업에 대한 민간 위탁의 위험에 대해 많은 의문이 표출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의 공공사업 민간 활용에 대한 진가가 추궁당할 위기에 처했다.

카릴리언(Carillion)이 강제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영국 정부의 공공사업 민간 활용에 대한 진가가 추궁당할 위기에 처했다. 자료=카릴리언
카릴리언(Carillion)이 강제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영국 정부의 공공사업 민간 활용에 대한 진가가 추궁당할 위기에 처했다. 자료=카릴리언
카릴리언은 영국 전역에서 감옥의 보수는 물론 HS2 고속 철도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지만, 지난 주말 협상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영국 정부는 청산 절차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맡겨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산탄데르(Santander), HSBC, 바클레이즈 등 채권 은행은 총 9억파운드(약 1조3367억원) 이상의 채권을 안고 있다. 물론 향후 가치 상승의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계약 안건과 1억4400만파운드(약 2139억원) 밖에 없는 물적 자산의 매각 대금을 둘러싸고 연금 규제 당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가 채무 보증이나 적자 계약 해지를 통해서 카릴리언을 구제해야 한다는 압력도 있었지만, 각료들이 이를 기각한 것은 옳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릴리언의 파산으로 정부는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첫째, 영국 정부는 카릴리언이 다루고 있었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긴급 자금을 제공했지만 그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시에 자금의 상환 방법이나 제공 조건도 불투명하다.

둘째, 카릴리언의 사업이 혼란 없이 다른 업체로 이관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의 난제다.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는 일부 사업조차 업체 선정 이후 재납품 절차를 통해 인수 업체에 납세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카릴리언이 단기간에 파탄으로 내몰리면서 공공 프로젝트의 건설 및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다른 업체에 대한 영국 정부의 신용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동종업체인 'Balfour Beatty PLC'를 비롯해 'Galliford Try plc' 등은 18일(현지 시간) 5%에 가까운 주가 하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카릴리언과의 합작 투자로 건설 중인 5억5000만파운드(약 8170억원) 규모의 애버딘 교외 자동차 우회도로 건설 프로젝트에서 8000만파운드(약 1190억원)의 자금 부족에 직면했다.

마지막으로, 영국 정부의 공공사업 민간 활용에 대한 금융 리스크의 파악 능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이미 카릴리언의 자금 사정 악화가 표면화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릴리언을 HS2 프로젝트 발주처로 선정했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영국 정부가 카릴리언을 프로젝트에서 제외했어도 파탄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으며, 오히려 가속화 시켰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번 카릴리언 사태를 통해 공공사업을 둘러싸고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관여가 큰 쪽이 저렴하고 리스크도 작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카릴리언 파탄으로 다양한 주장이 대두되면서 영국 정부의 신용이 당초 전망하던 이상의 타격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