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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수창 고문 결단이 필요한 이유…생명보험협회 거액 공로금 의혹과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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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수창 고문 결단이 필요한 이유…생명보험협회 거액 공로금 의혹과 문재인정부 적폐청산

생보협회 신용길 회장과 손보협회 김용덕 회장의 리더십 차이와 소비자 보호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생명보험협회 회장을 그만두면서 회원사로 부터 갹출한 돈으로  고문 자리와 기사딸린 운전기사 그리고 거액의 공로금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수창 전 생보협회 회장.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생명보험협회 회장을 그만두면서 회원사로 부터 갹출한 돈으로 고문 자리와 기사딸린 운전기사 그리고 거액의 공로금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수창 전 생보협회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김재희 기자] 요즈음 보험업계가 시끄럽다. 얼마 전 퇴임한 협회의 전임 회장에 대한 예우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언론들도 전관특혜 의혹이라며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업계에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라는 두개의 협회가 있다. 손보협회에서는 장남식 회장이 떠나고 김용덕 회장이 새로 왔다. 생보협회에서는 이수창 회장이 물러나고 신용길 회장이 취임했다.
그 새 회장을 모셔오는 인사 스타일과 신구회장 인수인계 과정에서 손보와 생보는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손보는 구 재무부 관료출신인 김용덕 전 금융위원장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생보에서도 처음에는 관료 출신들이 주로 하마평에 올랐다.

생보협회 회장 인선을 앞두고는 ‘올드보이 모피아 논쟁이 일었다. 올해 나이 만 80세의 홍재형 전 재무부장관이 은행연합회의 새 회장으로 추대되었다는 설이 나돌면서 고위관료 출신 올드 보이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정상 그 와중에 인선을 해야 했던 생보협회는 관료출신 대신 신용길 KB생명 사장을 제34대 회장으로 뽑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배찬병 회장 이래 무려 19년 만에 금융인 출신의 회장을 영입했다. 그런 만큼 새 회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정부 눈치 보기보다는 보험산업 발전에 더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김용덕 손보협회 회장
김용덕 손보협회 회장


신용길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생보협회의 퇴직임원 지원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물론 전임 이수창 회장을 예우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문 자리를 새로 만들어 이 전 회장을 모셨다. 그리고는 한 달에 수백만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운전기사도 지원한다.

신용길 회장은 이수창 전 회장을 고문으로 모시는 것과는 별도로 지난 3년간 보험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기린다면서 거액의 공로금을 지급했다. 협회에 물어봐도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않아 정확한 액수를 알기는 어려우나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억 단위는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창 전 회장은 잔여연봉과 퇴직금은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공로금까지 받았다.

1949년 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70세를 맞는 이수창 전 회장으로서는 후배 한번 잘 둔 덕에 늘그막에 고문 자리와 기사 딸린 승용차 그리고 큰돈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확보 한 셈이다.

같은 보험업계라지만 손보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장남식 전 회장은 고문은커녕 퇴직하면서 그 어떤 자리도 보장받지 못했다. 기사 딸린 승용차 제공은 물론 없었다. 수억 원 씩 펑펑 쏟아진다는 공로금도 물러난 지 세 달이 넘어가지만 여태 소식이 없다.

손보협회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보수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보수위원회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그리고 KB손해보험, 한화손보, 흥국화재, 서울보증보험 등 회원사 대표이사 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임 회장의 공로를 엄격하게 심사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금 예단할 수는 없으나 회장이 바뀌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거액을 지급키로 한 생보협회와는 그 행보가 사뭇 대조적이다.

고위관료 출신 회장이 이끄는 손보협회가 보험사 수지와 소비자 보호에 주력하고 있는데 반해 민간보험사 출신 회장이 끌어가는 생보협회가 회원사와 소비자의 희생으로 선배부터 챙기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후배가 선배를 모시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미덕이다. 문제는 선배 봉양에 소요되는 경비를 각 보험사에 갹출토록 했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비용 증가는 보험사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보험료 단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선배 회장을 잘 모시려고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손을 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적폐의 전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용길 생보협회 회장
신용길 생보협회 회장


일설에는 이러한 전관예우를 이수창 전 회장이 먼저 부탁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현직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충정에서 나온 책임 떠넘기기일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수창 회장은 돈이나 대접에 연연하는 그런 분이 결코 아니다.

이수창 전 회장은 샐러리맨 출신으로서는 보험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까지 올라간 그야말로 보험업계 대부중의 대부이다. 생보와 손보 모두 두루 거쳤다. 우리나라 보험 산업의 큰 변곡점을 이루었던 삼성생명 상장도 사실 이수창 전 회장이 주도해 이룬 것이다. 그만큼 많은 업적을 쌓았다.

이수창 전 회장은 삼성사장 시절 '서번트 리더십'으로 특히 유명했다. 스스로를 삼성생명의 첫 번째 하인이라고 부르면서 머슴처럼 주위를 섬겼다. 사장은 직원을 위해 머슴이 돼야하고, 또 직원은 고객을 위해 머슴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보다는 주변을, 주변보다는 조직을 그리고 조직보다는 국가와 인류 사회를 먼저 생각했던 보험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고문 추대와 기사 딸린 승용차 그리고 공로금지급 등의 구설수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이 그저 안쓰러울 따름이다.


김재희 기자 yoonsk8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