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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플라스틱 시장 우리가 주도한다"... 해외서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재활용 업계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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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 플라스틱 시장 우리가 주도한다"... 해외서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재활용 업계에 직격탄

기존 제조 산업계는 활로... 재생 자원 대신 새 플라스틱 구입 나서 투자열기 고조

중국이 최근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중단함에 따라 재활용 업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반면, 기존 제조업계에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최근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중단함에 따라 재활용 업계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반면, 기존 제조업계에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이 세계 플라스틱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원 쓰레기 소비국이었던 중국이 최근 새로운 규제의 도입과 함께 해외에서의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재활용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중국은 오랫동안 자원 쓰레기의 주요 수납처로 활동했으며, 재활용 업체는 이를 수지로 가공하여 파이프나 카펫, 병 등으로 재활용해 왔다. 그런데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이 모든 업계가 갈 곳을 잃었다.
반면, 재활용 업계의 타격이 기존 제조 산업계에는 활로를 열고 있다. 중국은 이제 그동안 사용하던 재생 자원을 대신해 새 플라스틱의 구입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곧 플라스틱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로인해 다우듀폰(Dow-DuPont) 등 미국 화학 업체는 중국으로 향하는 수백만톤 규모의 증산분 장사에 혈안이 되어있으며, 생산시설 증설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새 규제도입과 함께 미국의 일반(범용) 플라스틱 수출은 2020년까지 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美中 무역은 '쌍방향화'


중국이 수십년에 걸쳐 구축한 거대한 재활용 산업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경제 성장을 지탱해왔다. 미국 재생자원협회(ISRI)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수입한 폐플라스틱은 세계 전체의 51%를 차지했으며, 그 최대 공급 국가는 미국이었다.

마크 라시에(Mark Lashier) 셰브론필립스케미컬(cpche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텍사스 주에 폴리에틸렌 공장을 2개 신설할 계획을 밝히면서 "재생 플라스틱을 대체할 새로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시에 CEO는 중국이 폐플라스틱을 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 전환을 시작한 중국은 지난해 7월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해 "산업공해 대책으로 연내에 플라스틱이나 종이 등 폐기물의 수입을 일체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중국의 이러한 규제에 의해 "세계의 폴리에틸렌 공급의 약 2%가 재활용품에서 신품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빈센트 앤드류스(Vincent Andrews)는 같은 해 11월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 틈새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샌포드 C.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조나스 옥스가드는 지적했다.

광산 붐으로 천연가스가 공급 과잉이 되고 있는 미국은 플라스틱의 제조비용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의 결정은 엄청난 희소식으로 작용했다. 결국 화학 업체들은 미국에서 생산 설비의 신설을 위해 전례가 없는 1850억달러(약 197조4000억원)을 투자했던 사실이 미국화학협회(ACC)의 보고서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게다가 저렴한 폐기물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수지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미국 트럼프 정권이 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거액의 대 중국 무역 적자 감소에 큰 도움이 된다. 이를 두고,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의 사이먼 테이 회장은 "15년 전부터 생산 형태의 일부는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미중 무역은 쌍방향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락폭은 기대 이하

"지금까지 사용된 폴리에틸렌이나 PET, 폴리프로필렌(PP) 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북미 최대의 폐기물 처리 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의 브렌트 벨(Brent Bell) 부사장은 말한다. 하지만 일부 재자원화 사업이 압력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세계 각지에 공장을 가진 태국의 화학 대기업 인도라마 벤쳐스(Indorama Ventures)의 CEO 알로크 로히아 회장은 "국제 고철 가격은 이미 10% 하락했다"고 밝혔다. 앤드류스 또한 "북미 재생품의 약 30%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가공됐다"며, "중국의 철수로 인한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의 구멍은 전 세계 재활용 업계에 ‘궤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서부 해안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 주 환경표준국 피터 스펜드로우 애널리스트는 "오리건 주 포틀랜드 주변 재활용 업체가 수용할 플라스틱의 종류를 제한함으로써,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제조업체에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은 희소식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규제는 새 플라스틱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2018년에 생산량이 확대되는 미국산 폴리에틸렌을 거의 모두 소화할 것"으로 앤드류스는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영향은 신품 폴리에틸렌에 대한 중국의 수요 증가에서 이미 입증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다우듀폰에 의한 프로젝트를 포함한 4개의 새로운 폴리에틸렌 공장이 가동을 개시할 예정으로, 연산 능력은 총 360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미국에서의 증산 체제는 수요가 따라잡을 때까지 플라스틱 가격 하락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이전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규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