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같은 옥중 경영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그대로 사업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주식을 50분의 1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전격 결정했다. 투자자 확대나 유동성 증대 등 주식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기업가치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일각에선 액면분할 결정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와 향후 경영권 승계에 관련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 측은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권오현 회장과 윤부근 부회장, 신종균 부회장 등 기존 사업수장을 전원 교체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포기도 공식 선언했다. 주식 액면분할과 인사, 지주사 전환 포기에는 이 부회장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부회장의 세 가지 옥중 결단은 삼성전자의 내실 다지기에만 국한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 전장기업인 하만을 전격 인수한 것 같은 외실은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그리스 문자음성 자동변환기술(TTS) 전문기업 ‘이노틱스’나 영국의 하이파이 업체 ‘아캄’ 등을 인수했지만 하만과 비교할 때 관심도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이 사업들 모두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보다는 기존 사업의 영역 확장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중 1순위로 꼽히는 것은 ‘스킨십’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다보스포럼 등 굵직한 행사에 대부분 참가하면서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구축해왔다. 지난 2014년 선밸리 콘퍼런스에서는 팀 쿡 애플 CEO와 밀담을 나눴다. 이후 삼성과 애플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소송전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 부회장의 ‘스킨십 경영’을 대표하는 일화다.
아직 성급한 관측이지만 이 부회장은 구치소를 벗어날 경우 현장 경영을 통한 신뢰도 회복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본인은 물론 삼성 안팎에서도 그의 1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추락한 신뢰도를 크게 걱적하고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운명은 오는 5일 결정된다. 그의 항소심을 담당하는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오후 2시경 선고를 한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재판부가 꺼내들 카드는 △감형 △가형 △유지 중 하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심 최후 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될 것으로 봤다. 1심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물적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