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0년 전 초기 아이폰(iPhone) 발매 후 줄곧 '독자적인 칩' 개발에 주력해 아이폰과 아이패드(iPad)에 채용되는 'AOO' 시리즈의 SoC는 순수 애플 기술력으로 제조해 독립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맥(Mac)용 커스텀 칩도 선보였다.
뒤이어 2011년 발표한 '아이패드2' 에서 애플의 SoC는 듀얼코어 'A5'로 진화했으며 2013년에는 결제 데이터와 생체 인증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큐어(보안) 요소와 모션 프로세서가 탑재된 최초의 64비트 SoC 'A7'이 등장했다. 그리고 2017년에 발매된 아이폰 10주년 모델 '아이폰X'에서는 독자적인 GPU와 신경망 엔진을 탑재한 'A11 바이오닉(A11 Bionic)'이 등장했다.
애플을 제외하고 과거 칩 부문의 독립을 선언한 업체는 휴렛 팩커드와 모토로라, IBM, 필립스 등 매우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완벽한 독립을 선언하지 못한 채 중도에서 포기했다. 자사의 전 제품을 독립 칩으로 무장한 애플이 가장 성공한 사례라 칭찬할 수 있다.
그리고 애플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향해 최근 앙숙 중 하나인 퀄컴 엔지니어를 흡수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움직임에 퀄컴이 가장 많은 데미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퀄컴보다 인텔에 더욱 많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6년 최초로 맥북프로(MacBook Pro)에 새로운 ARM 기반의 독립 칩 'T1'을 탑재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아이맥 프로에 'T2'를 탑재했다. 즉 맥용 CPU를 담당해 온 인텔이 그 역할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이러한 입장 변화 하나만으로도 인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인텔은 최근 장기적인 CPU 버그가 밝혀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휘청이는 가운데 애플의 칩 독립까지 가세한다면 5위의 대규모 우량 고객을 잃는 것 이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