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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하나은행, 속도내는 채용비리 수사에 인사도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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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하나은행, 속도내는 채용비리 수사에 인사도 미뤄져

매년 1월 중 발표되던 행원·책임자급 승진 발령 연기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신사옥.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신사옥.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의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통상적으로 1월에 이뤄지던 행원·책임자급 인사도 연기됐다.

하나금융은 매해 1월 중순쯤 하나은행 정기 인사를 발표해 왔지만 지난해 말과 이달 초 임원급 인사와 지점장급 승진·발령 인사만 진행한 후 아직 행원과 책임자급 인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사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8일 검찰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의 행장실과 인사부, 전산 담당 부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나은행은 통상적으로 매년 1월에 직원들이 인사 발표를 해왔다. 그러나 차기 회장 인선과 당국의 압박,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등으로 지난 2일 지점장급 승진·발령 인사 이후 아직까지 행원과 책임자급 인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내부 관계자는 "보통 1월에 났어야 했는데 인사부가 발목을 잡힌 지금 상황에서는 언제 인사가 날 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속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채용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한 메모가 확보된 것.

서울서부지검은 9일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관련 참고자료 중 하나인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에서 '장(長)'과 '합격' 등의 글씨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짤막한 낱말들만 나열돼 있어 그 자체로는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으나 검찰은 이 메모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윗선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 또는 약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의 내용이 실제 윗선 지시를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채용 과정에서 55명의 ‘VIP명단’을 작성해 필기 전형까지 거친 지원자 6명을 전원 최종 합격시키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의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