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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건설 부실 몰랐다"로 일관… 책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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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대우건설 부실 몰랐다"로 일관… 책임론 대두

M&A 무산·자회사 관리 부재…"산은 일사처리 태도,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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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손현지 기자] 산업은행이 도마에 올랐다. 자회사인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인 호반건설측에 부실규모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산업은행측이 사전에 몰랐다고 하더라도 건설계 빅딜이었던 만큼 자회사 관리 부실 책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7일 지난해 4분기 공시를 통해 1432억원 규모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공개했다. 이는 해외에서 발생한 잠재손실이 실적에 반영된 탓이다. 지난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문제가 재공정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의 영업손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호반건설은 8일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나섰다. 산업은행이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지정한 뒤 매각이 진행된 약 9일간 호반건설측은 인지하지 못한 부실이었다. 본래 경영 재무상태가 튼실하지 못하다는 건 알았지만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손실금이라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측은 결정적으로 잠재 부실 규모가 장차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모로코외에도 에디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사업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는 미청구공사 규모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청구 공사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5% 늘었다.

산업은행은 7일 호반건설측과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중간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을 숨겨 매각이 무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상장사의 미공개 실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없다"며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사전에 대우건설 부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부실을 몰랐다는게 더 이상하다고 주장한다. 대우건설에 지난해 3분기부터 발전소 공기 지연 등 일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확한 액수는 몰라도 감지는 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장에서 자재 등에 돌발문제가 생겨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다반사다"며 "사전에 몰랐다면 이번엔 자회사 관리 능력 부실이라는 비난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건설외에 남은 M&A 건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처럼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고 말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