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즈니악은 애플의 사원 번호 1번의 사원증을 가지고 있으며, 신제품이 등장할 때마다 일부러 줄을 서면까지 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7년 10월에 등장한 아이폰X에 대해서만큼은 "아이폰 X는 발매일 날 사지 않은 최초의 아이폰"이라고 찬물을 끼얹은 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발매 당초 아이폰X는 "1년 전에 비해 완전히 다르다"는 애플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나단 아이브의 코멘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전망됐다. 심지어 아이폰 등장 10주년을 기념하는 최고의 단말기로서 바람직한 혁신이 기대됐다.
하지만 제품 평가 잡지 컨슈머 리포트에서 아이폰8이나 아이폰8 플러스보다 낮게 평가되거나 '수수께끼의 녹색 세로줄'이 표시되는 초기 불량이 보고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으로 평가되면서 서서히 세상의 관심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7년 말 애플이 기존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이폰X의 인기 급락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발매일에 아이폰X를 구입하지 않았던 워즈니악에게 애플의 팀 쿡 CEO는 아이폰X를 선물했다. 워즈니악은 아이폰X를 사용한 후 문제점에 대해 후기를 고스란히 남겼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노르딕 비즈니스 포럼(Nordic Business Forum) 2018'에서 강연한 워즈니악은 "컴퓨터와 기계가 사용자를 속이는 순간에 대해 몹시 분노를 느낀다"며, 그 예로 팀 쿡이 선물했던 아이폰X를 들어 애플 관계자를 경악케 했다.
워즈니악은 "아이폰X는 홈 버튼을 없앤 이유 때문에, 측면에 있는 사이드 버튼에 다양한 기능을 할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단순하고 알기 쉬운 것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평가 기준을 알린 뒤, 측면의 사이드 버튼은 빠르게 한 번 누르는 것과 빠르게 두 번 누르는 것, 그리고 빠르게 세 번 누를 때 다른 동작을 한다고 설명했다. 워즈니악은 "아이폰X는 무엇보다 아이폰의 고유한 특징인 '단순함'과 '알기 쉬움'이라는 요소가 훼손되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음량 조절 버튼과 사이드 버튼을 함께 누르거나, 사이드 버튼을 길게 누를 때에도 다른 액션이 일어나는 등 "홈버튼 하나를 없애면서 고객에게 너무 많은 조작을 강요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