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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인력부족 대체 로봇 자동화 투자 늘린다… EU에 빼앗긴 노동력 보충 앞다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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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인력부족 대체 로봇 자동화 투자 늘린다… EU에 빼앗긴 노동력 보충 앞다퉈 도입

헝가리에서 로봇 생산 설비용 기계 제조를 다루는 'Vesz-Mont 2000'마저 수요를 따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료=Vesz-Mont 2000이미지 확대보기
헝가리에서 로봇 생산 설비용 기계 제조를 다루는 'Vesz-Mont 2000'마저 수요를 따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료=Vesz-Mont 2000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동유럽 기업의 로봇 자동화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그리고 2011년 유럽연합(EU)의 부국(富國)이 노동자 유입 제한을 해제한 이후 부국에 노동력을 뺏긴 개발도상국들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로봇을 앞다퉈 도입하는 것이다.

기업이 대폭적인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직하는 유럽의 젊은이들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구 추세를 살펴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저출산이 계속될 경우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를 합한 총 인구는 2050년까지 800만명 이상 감소하여 5600만명에 그칠 것이라고 2017년 유엔 보고서는 전망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 국가에서 노동자가 부족한 지금, 동유럽에서의 노동자 부족은 2020년 말까지이 이 지역의 일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애널리스트는 "최근 3년간 노동 시장이 서서히 목을 조여오고 있다. 노동자 부족이 경제 성장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2018년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체코 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3분의 1 가까이가 지난해 노동자 부족을 이유로 주문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4곳 중 한 곳은 향후 로봇 자동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헝가리에서 로봇 생산 설비용 기계 제조를 다루는 'Vesz-Mont 2000' 마저 수요를 따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로봇 생산 회사조차도 노동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9년 전 창고형 건물에서 출발해 운반용 공구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위한 설비를 제조해 온 이 회사는 현재 직원 170명을 고용하고 있다.

티보 젠타이(Tibor Zentai) CEO는 "고객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작업을 로봇화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3배 이상을 로봇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매출은 약 10% 증가해 올해는 매출 두 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요를 보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로봇 시장의 속도를 따라 잡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중부 및 동유럽에서 지난해 도입된 로봇은 2016년 대비 28% 증가한 9900대에 달했다. 또 2020년 말까지 같은 지역의 로봇 출하 연평균 성장률은 21% 정도로 유럽 전체 평균의 두 배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IFR의 2016년 자료에서는 근로자 1만명에 대한 산업용 로봇의 도입 상황을 보여주는 제조업의 '로봇밀도'는 슬로바키아가 135대로 유럽에서 가장 높고, 체코가 101대, 헝가리 57대, 폴란드 32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서도 동유럽 전체의 노동 생산성은 EU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설비와 자동화 투자 확대로 노동 생산성은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OECD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노동 시간에 대한 자본 집약도는 폴란드가 2.9%, 헝가리 2.2%, 체코 1.7%로 각각 상승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은 0.7%, 프랑스는 0.3% 상승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세계 각국의 당국자와 이코노미스트, 그리고 로봇에게 직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동유럽 기업 자동화의 움직임은 시장 점유율을 잃고 싶지 않은 인력 부족 기업으로서는 '최후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