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가지가 휘늘어진 빨래터에서 들려오던 빨래방망이질 소리와 아낙네들의 햇살처럼 밝은 웃음소리가 낭자하던 유년의 봄은 참으로 눈부셨고 지금도 여전히 그리운 풍경 중의 하나다.
버드나무가 흔해서인지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제법 많다. 나주에 가면 완사천이란 샘이 있는데 그 샘물은 고려 태조 왕건의 둘째부인인 장후왕후가 그 샘터에서 목마른 왕건에게 물을 떠주면서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버드나무는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였단 생각이 든다.
버드나무를 생각하면 조선 중기 삼당(三唐)시인으로 불리던 고죽 최경창을 사랑했던 비련의 여인, 기녀 홍랑의 시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셔.
기생 홍랑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묏버들처럼 버드나무는 예전엔 곧잘 이별의 정표로 쓰였다. 이처럼 버드나무가 이별의 선물로 쓰인 것은 버들 류(柳)자가 머물 유(留)와 발음이 같아서 헤어지지 말고 머물러 달라는 속내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버드나무는 꺾어진 가지를 가지고 가서 묻어만 주면 다시 싹이 돋아 자라나므로 비록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해도 버드나무처럼 다시 살아 만나자는 의미로 건넸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의 글에 보면 우리나라엔 버드나무 집안의 식구들이 수없이 많아 4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키 큰 버드나무 종류들은 3가지 정도이고, 특히 그냥 쉽게 부르는 버드나무는 새로 난 가지만 늘어지고 주된 가지들은 늘어지지 않으니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능수버들과 수양버들은 어린 가지의 빛깔이 능수버들은 녹황색이고 수양버들은 적자색이어서 쉽게 구분되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버드나무는 대부분 능수버들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