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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만두왕국'을 만났다… '비비고 만두' 세계화 꿈까지 빚는 CJ제일제당 인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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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만두왕국'을 만났다… '비비고 만두' 세계화 꿈까지 빚는 CJ제일제당 인천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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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제일제당 제공
[글로벌이코노믹 임소현 기자] 늠름한 자태, 아름다운 외형을 뽐내며 대형을 이뤘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열을 맞춰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실었다. 꽉꽉 채워진 소를 품은 채 뽀얀 몸을 드러내자 윤기가 흘렀다. 하얀 스팀 속에 자신을 내맡기면서 은은한 냄새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었다. 인천광역시 서해대로에 위치한 한 ‘만두왕국’ 이야기다. 이곳에서 몸을 정비한 수백 개의 만두들은 우리 식탁에 조용히 침투한다. 대한민국 ‘국민 간식’ 자리를 제대로 꿰찬 그들이 한국의 맛을 입고 전 세계를 누비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21일 찾은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는 만두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이곳에서는 이렇게 하루 110t에 이르는 만두들이 탄생한다. 전처리부터 포장까지, 엄격한 위생 관리로 감독되는 이 공장에 들어가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복장을 갖춰야 한다. 개인 물품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손 소독과 에어샤워를 거치면 비로소 만두들과 마주할 수 있다.
하루 사용 분량만 입고되는 부추, 양파, 돼지고기 등 농산물들은 냉장 창고에 잠시 대기했다가 세척 과정에 들어간다. 전처리 공정에서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이물들이 철저히 배제된다.

황석희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팀장은 “먼저 원부재료의 이물 선별, 야채 절단, 고기 세절 후 양념을 넣고 혼합한다”고 설명했다.

부추, 대파, 양배추 등 야채에 있을 수 있는 이물을 검출하기 위해 광학을 이용한 선별작업은 물론 돼지고기에 돼지 털 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광학을 이용해 선별작업을 한다. 이어지는 고기 세절 과정에서도 CJ제일제당의 R&D 성과가 빛난다. 다진 고기를 사용하면 식감이 사라져 깍뚝썰기 형태로 잘라 원물감을 최대한 유지했다. 고기와 야채를 갈아서 만두소를 만들던 관행을 버리고, 칼로 써는 공정을 새롭게 도입한 것이다. 돼지고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원물 그대로의 조직감과 육즙을 살리는 것이다.

이렇게 선별, 세절된 원료에 양념을 넣어 골고루 섞으면 맛과 풍미가 살아난다. 제품별 작업 표준에 준해 투입 순서와 원료별 투입량은 달라진다.

이렇게 양념한 만두소는 만두피에 쌓인다. 이 과정을 위해 CJ제일제당의 특허 기계가 동원된다. CJ제일제당은 만두 외형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납작한 일본식 교자만두 형태가 아니라 삼면의 각이 살아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미만두’(바다의 해삼 모양으로 만든 만두) 형태로 제형 해 크기를 늘리면서도 씹을 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 물결치듯 아름다운 만두피 주름으로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미만두의 고급스러움을 재현했다. 3000번 이상 반죽을 치대고 수분 동안의 진공반죽을 통해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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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제일제당 제공

성형을 거친 만두는 섭씨 99도에서 약 5분간 증숙하고, 영하 40도에서 18분 동안 급속 동결한다. 황 팀장은 “증숙 과정을 거쳐 만두피를 충분히 익혀 전자레인지에 짧은 시간만 조리해도 잘 익은 쫄깃한 만두를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만두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동결인데,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얼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빙결정 생성대를 최단시간에 통과시켜 세포 간 얼음알갱이를 극소화하는 것이다. 이곳 만두는 18분의 동결 과정 중 6분 만에 대부분 모두 동결된다.

동결된 만두는 포장 공정에서 1차 금속 검출을 거쳐 제품의 특성에 맞게 포장돼 2차 금속검출기를 통해 재검사한다. 포장된 완제품은 분석실 품질검사 통과 후 최종 출고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만두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출시 3년 만에 1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했고, 압도적인 점유율로 시장 1위(40% 이상)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 4년 만에 누적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며 흥행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 누적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누적 판매량만 1억5000만봉에 달한다. 지난해 8월에 선보인 ‘비비고 한섬만두’도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판매가 급증하며 ‘제2의 비비고 왕교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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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이런 성과를 토대로 시장 내 지위도 확고히 했다. 지난해 냉동만두 시장에서 전년보다 3.2%P 성장한 42.8%를 점유율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비비고 왕교자’를 중심으로 교자만두 시장에서는 50%가 넘는 점유율로 ‘1등 브랜드’의 위용을 뽐냈다. ‘비비고 한섬만두’ 인기에 힘입어 왕만두 시장에서는 경쟁사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이렇게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이제 글로벌 인기를 꿈꾼다. 최자은 CJ제일제당 냉동마케팅담당 상무는 “‘비비고 만두’ 매출을 연평균 30% 이상 성장시켜 2020년까지 매출 2.5조원(2018~2020년 누적 매출)을 달성하고 6조원 규모의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8% 수준(2017년 기준)의 시장점유율도 2020년에는 15.2%까지 끌어올려 1위로 올라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2020년에는 ‘비비고 만두’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이 중 70%를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올해 러시아와 베트남에서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며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미국과 중국은 신규 공장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 2016년 국내 및 글로벌 만두 시장에서 총 3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50% 이상 성장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자은 CJ제일제당 냉동마케팅담당 상무가 21일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비비고 만두 글로벌 성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최자은 CJ제일제당 냉동마케팅담당 상무가 21일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비비고 만두 글로벌 성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러시아와 베트남, 독일로 확대하며 대륙별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라비올리를 통해 3월부터 ‘비비고 만두’를 본격 생산하며 내수 및 유럽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도 2016년 말에 인수한 까우제에서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며 기존 동남아식 만두(스프링롤, 딤섬)와 함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중국 북부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베이징 인근 요성에 건설한 신규 공장도 지난달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존 남부지역 거점인 광저우 공장도 규모를 3배 늘리는 공사를 지난해 하반기 마무리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중국 사업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한국의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만두 신제품(‘비비고 교황’)까지 출시하며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 동부 뉴저지 지역에 구축 중인 세 번째 생산기지도 다음달 본격 가동되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B2B 사업 진출까지 기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가별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남미, 유럽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경쟁력을 갖춘 현지 업체를 추가 인수해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현지 만두 제품과 외식형, 스낵형, 편의형 등 미래형 제품을 개발해 차별된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