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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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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가 부럽다

포스코, 가장 큰 타격 예상

김종혁 기자
김종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놓고 하는 말이다. 업계는 일개 기업이 대응할 수 없는 차원이라는 점을 인식, 절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미국은 지난 2014년부터 반덤핑(AD) 등의 각 종 무역규제를 동원, 수입에 철벽을 세워왔다. 규제건수는 전 세계 최다수를 기록했다. 관세법까지 개정해 자국 철강업계를 유리한 입지로 옮겨 놨다.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는 포스코마저 반덤핑으로 인해 수출이 크게 줄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232조 조사에 따른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역시 시점이 늦춰졌을 뿐 지난해 부터 줄곧 업계의 ‘핫이슈’에 오르내린 사안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상무부는 이번 발표와 함께 “(수입산이) 미국 산업의 생산능력을 상실시키고 국가안보도 위협한다면 특별한 강재를 제외한 미국 철강메이커가 요구하고 있는 조치 도입은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철강사 가동률은 73% 정도인데 재생산이 가능하려면 80%가 돼야한다는 기준도 세웠다. 꽤 긴 기간의 자료를 수집하고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수입량을 1330만 톤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도 수립됐다. 작년 수입은 3447만 톤과 비교하면 2000만 톤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전 세계 각국의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자국 산업 보호에 우선을 둔 셈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혼돈에 빠졌다. 미국에서 쫓겨난 각국의 철강재는 갈 곳을 잃게 되고 공급과잉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도 없다. 말이 대체 시장이지 신규 개척에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업계는 일개 기업이 대응할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인식,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물론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세아제강 현대제철 등 강관 업계조차 당혹스러움은 물론 마땅한 대안이 없어 자포자기한 모양새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놨다.

2016년 일개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한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안 수립을 맡겨 놓고 설비축소와 폐쇄, 현실성 없는 재편만을 강조했다. 결국 구조조정안에서 밝힌 내용은 이뤄지지도, 실효성도 없었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가장 큰 위협이었던 수입산 대응에 대한 ‘액션플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탁상공론 수준의 논의가 몇 차례 있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수입량은 연간 2000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은 작년 비교적 많은 양이 줄었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중국 가격이 전 세계 최고 가격으로 높아졌고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자연히 줄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철강산업에 대해 심각한 반성과 함께 지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철강협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3000만 톤 정도를 수입한다. 우리나라보다 1천만 톤 많다. 하지만 경제 규모로 비교할 때 철강산업의 비중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다.

미국의 적극적인 원조는 장기불황 이후 단비처럼 찾아 온 지난 2년간 확실한 효과를 냈다.

대표 철강사인 뉴코어는 만성적인 적자로 심각한 위기에 있었다. 2016년과 2017년 매출과 이익은 폭증했다. 재기를 위해 강관 차강판 설비 증설에 나서는 한편 각 종 인수합병(M&A), 일본 JFE스틸 등과 해외 합작공장 건설에도 적극 나섰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포스코 현대제철은 제외한 대대수 기업들은 지난 2016년 반짝 실적 호조를 낸 이후 2017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적자 터널로 하나 둘 빠져들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철강업계 자체적인 대안을 찾아나서는 일은 중요하다.

국내 철강산업 발전 수준과 비교해 수입량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 작년 철강재 수입량은 809만 톤이었다. 이마저도 전년 대비 4.1% 늘어나 3년만에 800만 톤대로 올라선 것이다.

국산 사용을 늘리는 방법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포스코가 그나마 대응재 출시를 통해 제한적인 방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굳이 값싼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손실이고 대응하고 있는 시장도 매우 좁다.

합리적인 기준 없이 수입을 막아서도 안 된다. 국내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중소 무역상(인)의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입산의 순기능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가능하고 필요한 선까지 국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 수입산 판매자와 거래자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