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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 집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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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형의 미식가 향연] 맛을 즐길 때 집중의 역할

조기형의 맛평가사
조기형의 맛평가사
맛을 즐기는 것은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복을 이루어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삶의 영역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만, 정작 가치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맛의 감동이 생각의 변형에서 비롯되는지, 경험의 바탕에서 진행되는지에 따라서 맛이 주는 호르몬 분비는 다르다. 몸과 마음의 반응은 호르몬 종류와 분비량에 따라서 결정된다.

일상에서 호르몬은 하루 중 먹을 때 가장 많이 생성된다. 그런데 먹는 방법에 따라 분비량은 달라진다. 맛의 이해를 바탕으로 즐기는 사람과 맛의 감동을 경험하며 즐기는 사람의 호르몬 분비는 다르다. 맛을 느낄 때 몸 전신에서 감동을 느끼는 경우는 경험을 바탕으로 맛이 형성된다. 하지만, 맛의 반응이 '맛있는 데 맛있다'와 같이 생각의 틀 안에서 만족을 상상하는 것은 이론의 경우이다. 맛을 경험할 때일지라도 30%의 이해로 인한 만족과 70%의 감동으로 엮어내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이해의 만족이 70%일 때일지라도 30%는 경험이 수반하기도 한다. 이렇게 맛의 이해와 맛의 경험은 공존하여 작용한다.
잠을 잘 때도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몸의 정화작용을 이루어가는데, 운동할 때도 호르몬 분비가 일어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호르몬 분비가 일어난다. 먹을 때는 배부름의 만족에 의한 호르몬 분비도 있지만, 대부분 맛을 인식할 때 분비된다. 그래서 맛을 즐기는 방법을 구체화시키면 먹을 때의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맛을 즐기는 방법은 집중에서 비롯되지만, 이는 인식으로 연결된다. 어떻게 집중하는가에 따라서 맛의 인식은 달라진다. 맛을 즐길 때 30%만 인식하고 70%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50%만 맛을 즐기고, 50%는 생각으로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길 때 50% 이상 맛을 집중하는 데 몰입하지 않는다. TV를 보면서 맛을 즐기게 되면 20%만 맛에 집중하고, 80%는 TV로 인한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런데 맛을 즐길 때는 맛을 인식하는 순수함에 따라서 맛의 감동이 달라진다.

맛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방법에 따라서 변수가 많이 생기는데 감동의 함량은 순수한 집중으로 결정된다. 맛을 즐기는 과정을 세세하게 분석해보면 인식할 때 의지와 의도 그리고 주의 과정으로 엮어져 있다. 의지에서는 신념이 생성되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단계의 과정이 동시적으로 작용한다. 맛을 인식하는 방법에 따라서 전두엽의 활성이 가감된다. 전두엽의 활성이 일어나면 몸과 마음이 작용하면서 감동으로 이어진다.

맛을 즐기는 습성이 생활에 반영되면 집중할 때와 생각할 때를 조금씩 구분하게 된다. 그 경계를 찾는 것은 어렵지만, 이러한 구분을 가지면 관념과 경험의 경계를 알아가는 데 습관을 들이게 된다. 이러한 관심이 깊어지면 삶의 경험시간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맛이 주는 감동이 몸과 마음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찾아 글로 옮기면 맛 평론이 된다. 이러한 글은 맛을 즐길 때의 사실적 감동이 표현되기에 음식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영양을 위시한 평론과는 다르다. 맛을 즐기는 습성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져 왔다. 누구나 맛을 즐기는 방법을 활용한다. 맛을 즐길 때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집중이 맛을 즐기는 자신의 척도이다. 이러한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은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도 가능하다. 맛을 즐길 때 집중과 인식이라는 원천적인 의미를 활용하면 미식가로의 진입이 수월해진다. 오늘도 맛을 즐기기 위한 집중을 고도화하기 위해 한술의 맛을 인식할 때마다 생각하지 않고, 순수하게 맛을 인식해본다.


조기형 맛평가사(『맛 평가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