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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몰입을 위한 용기있는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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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몰입을 위한 용기있는 폐기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올해 정부는 주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OECD 28개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과 비교하면 1년 동안 4.4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선도적으로 대기업 중 처음으로 신세계그룹은 올 초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백화점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추었다. 순차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이 주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많은 기업이 후속조치를 하는 등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워라벨'이 있다. 2018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워라벨'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임직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이다. 워라벨을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더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제는 너무나 친숙해져버린 워라벨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이 매우 중요시 여겨지는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취업준비생 65.6%가 단순히 임금이 높은 기업이 아닌 워라벨이 보장되는 기업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이 사실을 어김없이 확인시켜준다. 2016년 12월 기준 취업준비생 4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신문과 사람인에서 조사한 결과 어느 순간 워라벨이 보장되는 회사는 모두가 꿈꾸는 기업의 이상적인 복지문화와 조직문화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유연근무제나 PC오프제 등 수많은 자기 기업만의 복지 혜택을 사회에 알리려고 한다. 때로는 이런 것들이 회자되기도 하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로시간단축과 워라벨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이면에는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의 투쟁이 있다. 대부분의 사회적 관심 또한 가려진 이면의 모습들을 향하고 있지 못하지만, 많은 기업이 아직 워라벨을 보장하면서도 어떻게 기업의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에 있어 성과란 임직원 개인과 조직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딛고 건너가야 하는 계단과 같다.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라면 어떻게 일에 쏟는 시간과 자원은 줄이면서 조직의 성과를 지속해서 창출할 수 있을까.

그 해결의 열쇠중 하나가 '몰입'이다. 더 적은 시간 일하지만, 더 일에 몰입함으로써 일의 생산성을 높이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칼 뉴포트의 책 '딥 워크(Deep Work)'의 핵심 메시지와 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다. 깊이 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기업은 강렬한 몰입이 최고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몰입 환경조성을 위해 필요한 행동은 '폐기'이다. 주먹을 꽉 쥐면 쥘수록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가 더 잡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주먹에 힘을 빼고 손을 펼쳐야 하지만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 그렇기에 펼쳐진 주먹 안에는 모든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꽉 쥐고 놓지 않으려는 기업의 모습이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혁신의 출발은 폐기"라 말하였고 조영덕 박사는 '폐기경영'이라는 책을 통해 폐기란 익숙한 것과 결별하여 조직이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몰입하는 것 또한 혁신의 일부라 한다면 몰입하는데 필요한 것은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폐기하는 것이다. 단순히 바쁘다는 것이 몰입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함을 깨닫고 결과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폐기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포기는 실패와 절망 때문에 내려진 타의적 선택이지만 폐기는 더 나은 도약을 위한 용기있는 자의적 선택이자 결단이다. 당신은 몰입하기 위해 무엇을 폐기할 것인가?


제임스 홍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