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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글쓰기: 경시하거나 경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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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글쓰기: 경시하거나 경외하거나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리더의 글쓰기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중요성을 몸에 담아 펜으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한국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필자가 만난 리더들이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는 두가지다. 경시하거나 경외하거나.

글쓰기를 경시하는 리더는 ‘내가 이 정도 위치에 올라 직접 글을 써야 하나?’하고 말한다. 편한대로 구성원의 구두보고를 받고 말로 의견을 제시한다. 대외적인 글은 조직 내 전담 인원이 맡아서 쓰게 한다. 글쓰기를 경외하는 리더는글쓰기를 창작과 문학의 영역으로 한정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행하는 예술로 남겨둔다. 어느 쪽이든 글쓰기를 외면하고 있다.
브러이언 A. 가너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가이드 1: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글쓰기」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글쓰기가 얼마나 핵심적인지 잘 표현했다. 그는 서문에서 문서는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과 성과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라고 말한다. 이메일이든, 제안서나 보고서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문서를 작성한다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세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프로 문서작성가다.

그 중에서도 리더는 더욱 전문적이어야 한다. 리더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조직을 대표하여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과 구성원을 설득하고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직 전체에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효과적이고 분명하게 전달하려면 글이 그래야 한다. 간결하고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호소력있고 감동을 주는 글쓰기가 가능해야 한다. 리더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조직 내 오해, 시간, 비용이 줄고 소통과 생산성이 향상된다.

반대로 리더가 쓰지 않으면 비효율이 만연한 조직이 된다. 필자가 HR담당자들과 만나 사내 소통이나 회의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는 사례유형이 있다. 임원 보고회 등 이후에 사장이 무슨 뜻으로 발언했는지 간부들이 모여 다시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비서에게 해석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비단 임원급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실무자도 팀장의 의중을 몰라 갈팡질팡 하느라 많은 자원을 낭비한다.

조직의 비전 및 목표에 대한 리더의 글이 없는 경우를 본다. 창업주가 작성했든, 컨설팅펌에서 작성해주고 간 것이든 비전은 있기 마련이나 그것을 현업에 맞게 본인의 언어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곤란하다. 비전 및 미션과 현업의 유기적인 인과관계를 한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글로 표현해야 한다. 직접 글을 쓰지 않거나 쓰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각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자신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비전을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고 동기부여하겠는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같이 가자 한다’거나 ‘기준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라는 소리를 듣기 쉽상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지 못하는 리더는 변화를 시작하기도, 주도하기도, 완수하기도 어렵다. 변화 앞에서는 구성원 전체에게 투명하고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을 모두 불러모아 말로 할 수도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이 있고 의미 해석에서 오해를 낳기도 한다. 글은 명확하며, 오래 남고, 어디에나 공유될 수 있다. 맞이하는 변화가 거셀수록, 또 조직의 크기가 클수록 글쓰기는 더욱 중요하다.

글쓰기를 경시하지도 경외하지도 말자. 리더라면 자기 손으로 글을 쓰자. 외면하지 않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바로 보는 리더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담담하게 자신의 일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효과적이고 명료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훈련을 거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이미 잘 하고 있는 리더들도 많다. 계속 잘해주기를 응원한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