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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핵무기 금지 조약 채택 물 건너갔다… 여전히 핵무기 생산자에 거액 쏟아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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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핵무기 금지 조약 채택 물 건너갔다… 여전히 핵무기 생산자에 거액 쏟아부어

24개국 329개 은행과 보험 회사, 연금 기금, 자산운용사가 핵무기에 투자

'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ICAN)'과 평화단체인 'PAX'는 3월 7일(현지 시간) 2018년 판 Don’t Bank on the Bomb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료=PAX이미지 확대보기
'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ICAN)'과 평화단체인 'PAX'는 3월 7일(현지 시간) 2018년 판 "Don’t Bank on the Bomb"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료=PAX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지난해 유엔 핵무기 금지 조약 채택에 기여한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NGO 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캠페인(ICAN)'과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평화단체인 'PAX'는 7일(현지시간) 2018년 판 "Don’t Bank on the Bomb(폭탄에 투자하지 마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에 전 세계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핵무기 제조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융자 상황을 조사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글로벌 20개 기업이 여전히 핵무기의 위협 증가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Don’t Bank on the Bomb" 보고서 내용


보고서는 몇 가지 핵심 사항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조사기간 총 5250억달러(약 561조4875억원)의 자금이 핵무기 제조업체에 제공됐으며 이 중 20%가 넘는 1100억달러(약 117조6450억원)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 회사인 '블랙록(BlackRock)'과 '뱅가드(Vanguard)', '캐피털그룹(Capital Group)' 3사에 의한 것이었다.

또 24개국의 329개 은행과 보험 회사, 연금 기금, 자산운용사가 핵무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으며 핵무기의 위협이 증가하면서 세계 20개 핵무기 제조 기업이 누구보다 많은 이익을 얻었는데 그 대부분이 워싱턴 DC에서 로비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에서 핵무기 금지 조약을 채택한 이후, 단지 30개 업체만이 핵무기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5개의 연금 기금 중 2개가 핵무기 투자금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어트리스 핀 ICAN 사무총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전쟁 위협에서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의문을 품고 있는지 이 보고서가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기업들이 민간인을 대량 살육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었다"며 "우리가 안전을 강탈당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아마겟돈(세상의 끝)에 돈을 빌리고 돈을 벌고 있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핀 사무총장은 "새로운 핵 군비 경쟁은 세상의 끝으로 향하고, 종말의 시계 바늘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은 동시에 대량 살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싶은 사람들의 새로운 '핵 골드러시'의 개막과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에서는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투자 및 융자 금액이 최근 대폭 증가했음을 알리는 한편 핵무기 제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융자를 금지 또는 제한해야 한다는 방침을 실천하고 있는 63개의 금융기관도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며 ICAN의 국제 운영단체인 PAX의 수지 스나이더는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핵무기 금지 조약이 투자를 줄여나가는 기운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핵무기에 융자하는 기업이 10% 감소했다는 사실도 "어떤 형태의 대출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났으며 인도적 입장에서 이러한 회사는 존경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지원한 일본 7개 은행 및 금융 기관


특히 아시아 중 일본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일본에서는 7개 은행 및 금융기관이 같은 조사 기간 내에 총 185억달러(약 19조7860억원) 이상을 핵무기 제조 기업에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ICAN의 국제 운영단체인 '피스 보트(Peace Boat)'는 핵무기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20개 글로벌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일본의 7개 기업을 공개했다.

핵무기 위협 증가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는 20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일본 7개 기업. 자료=피스 보트이미지 확대보기
핵무기 위협 증가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얻는 20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일본 7개 기업. 자료=피스 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치바은행,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 노무라 그룹, 오릭스,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 미쓰이 스미토모 신탁 7개사가 글로벌 20개 핵무기 제조 기업에 총 185억달러를 제공했다.

가와사키 아키라(川崎哲) ICAN 국제운영위원은 "유엔에서 핵무기 금지 조약이 채택되면서 핵무기는 비인도적 무기로 불법화되었다"며 특히 "일본은 유일한 핵전쟁 피해국으로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국제사회에 알려야 하는 도의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은행과 금융기관이 핵무기 제조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인도법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번에 지적된 7개사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고 비난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