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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동부제철이 전기로를 재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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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철(鐵)렁] 동부제철이 전기로를 재가동한다!?

김종혁 기자
김종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김종혁 기자] 동부제철이 2014년 말 가동을 중단했던 전기로 열연공장 유지 보수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오고 있다. 언제라도 인력을 투입하면 1개월 이내 정상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엔지니어로부터 고철 구매, 열연 판매 등 전기로 가동에 직접 관여했던 인력은 현재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돼 있다. 전기로 가동시 전담부서 구성과 함께 필요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부제철 내부 논의가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결정권도 채권단에 있다. 유지 보수 역시 가동 목적이라기보다 당초 채권단이 추진했던 매각을 위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성격이다.
동부제철 적자 원인은 너무도 고평가된 열연

동부제철은 작년 적자로 전환됐다. 1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현재까지도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높아진 열연소재 원가를 감당하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 냉연도금재는 인상이 어려운데 열연은 지나치게 고평가 돼 있다.

유독 한국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포스코가 공급하는 열연 가격은 냉연과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열연을 소재로 구매해 냉연을 만드는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국은 그나마 하공정인 냉연 내수 가격이 열연보다 60~80달러가량 높다.

동부제철 전기로 가동을 이제 와서 운운하는 것은 가동을 중단한 2014년과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 계속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전기로 가동이 현재의 실적부진을 타개하는 동시에 상공정 부재라는 구조적 취약점을 벗어낼 기회라는 판단은 무리한 것일까?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보자.

동부제철 열연 더 싸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포스코 열연 수입대응재(GS) 기준 가격은 톤당 73만 원이다. 동부제철이 열연을 생산하면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현재 고철 가격을 톤당 30만 원 중후판대로 가정하면, 열연 원가는 50만 원 초반, 높아야 중반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마진을 비교적 넉넉히 챙겨도 60만 원 초중반에는 판매가 가능하다. 포스코는 물론 중국산보다 10만 원 저렴하다.

유통시장 수요가들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동부제철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더군다나 포스코 대응재나 중국산이나 스킨패스 공정은 생략되고 ‘노클레임(no-claim)' 조건이 따라붙은 사실상 B급 제품이다.

냉연도금재 인상이 어렵다면 자체소재 생산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동부제철이 자가 소재로 쓸 경우도 이익이다. 포스코가 냉연사에 공급하는 압연용 열연 가격은 톤당 70만 원 전후로 파악된다. 동부제철이 원가 50만 원 초중반대 열연을 직접 생산해 자체 소재로 쓰면 냉연 생산원가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포스코 등 국산은 물론 중국 및 일본산 열연은 너무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고로사들은 냉연 및 강관사를 대상으로 열연에서 이익을 많이 남기는 전략을 쓰고 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은 산업고도화를 추진하면서 냉연도금재 설비 신증설 등 하공정을 강화하고 있다. 하공정 공급과잉은 더 심화될 것이란 얘기고, 열연은 자체 소비가 많아지면서 공급은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앞으로 냉연도금재 시장은 과거 열연처럼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가격은 더 올리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열연소재를 외부구매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 생산으로 원가는 낮추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더 악화될 것은 없다

동부제철은 올 2월 채권단의 감자 결정으로 자본잠식의 위기를 벗었고 상장폐지도 면했다.

앞으로 선택은 2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전기로 상공정을 재가동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든지, 또 하나는 포스코에서 열연을 더 싸게 들여와 이익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사실 후자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포스코

실무 담당부서는 본인들의 실적을 챙기느라 바쁘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과도 형평성을 맞춰야 하니 말이다.

동부체철 전기로를 가동, 열연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열연 경쟁자(포스코 현대 중국 및 일본 고로사)들이 과연 '동부제철 죽이기'에 나설까?

설사 그런 상황이 되더라도 동부제철의 현 상황이 더 악화될 여지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작년 자본잠식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전기로 매각을 수차례 시도했다. 불발로 끝난 것이 어쩌면 행운일지 모른다. 생존을 위해 전기로를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