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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아르키메데스 목욕탕과 경제학 유량 (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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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아르키메데스 목욕탕과 경제학 유량 (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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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유량 (流量, flow)과 저량(貯量, stock) 이라는 개념이 있다. 경제학에서 숫자를 세는 단위는 유량과 저량으로 나뉜다.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경제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 목욕탕의 물 흐르는 모습에서 저량과 유량의 개념 차이를 확연하게 구별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욕조에 1000ℓ의 물이 담겨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재 욕조의 물의 양은 1000ℓ다. 이것이 바로 저량이다. 저량이란 담긴 량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Stock이다.

이 상태에서 물를 더 얻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도꼭지로 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1분에 1ℓ다. 한 시간 동안 틀었다. 그러면 1ℓ에 60분을 곱한 60ℓ의 물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 한 시간 후 이 욕조의 물은 1060ℓ로 늘어나게 된다. 이때 1060ℓ가 1시간 후의 새로운 저량이 된다. 또 한 시간 동안 새로 흘러 들어온 60ℓ는 유량이 된다. 흘러 들어왔다는 의미에서 이를 유량 즉 Flow라고 부른다.

현재 물의 양 즉 저량이 1060ℓ인 상태에서 욕조 바닥의 구멍을 열어 물을 빼내기로 했다. 이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는 속도는 1분에 5ℓ다. 한 시간 동안 빼내면 5ℓ에 60분을 곱하기한 300ℓ의 물이 빠져 나간다. 1060ℓ의 저량에서 300ℓ가 빠져 나갔으니 남아 있는 물은 760ℓ가 된다. 이 760ℓ는 지금 남아 있는 물의 량 즉 새 저량이 된다. 빠져나간 ​300ℓ는 흘러나간 변화량 즉 유량이다.
[김대호 칼럼]  아르키메데스 목욕탕과 경제학/사진은 김대호 박사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칼럼] 아르키메데스 목욕탕과 경제학/사진은 김대호 박사


재무상태표에 나오는 자산 부채 자본은 모두 저량이다. 어떤 특정시점에서 남아 있는 양 즉 스톡의 양을 측정한 것이다. 여기에 비해 손익계산서에 나오는 수익 비용, 이익 손실 매출 등은 모두 일정기간 동안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유량이다.
최근 들어 경제전문가들이 많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저마다 목청을 높인다. 댜양한 시각과 열띤 발언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경제적 주장을 하면서 유량과 저량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나타나고 있어 눈살을 지푸리게 한다.
미국 뉴욕증시나 한국증시 그리고 가상화폐 시장을 분석하면서 저량과 유량을 혼돈하면 사실을 왜곡하게 된다. 저량과 유량은 서로 대충 타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주 다른 세계,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뉴욕증시에서 말하는 매출과 수익 이익 당기순익 법인세 비용 등은 유량이다. 손익계산서는 모두 유량의 세계다. 반면 자산 부채자산은 저량이다. 재무제표 또는 재무상태표는 저량의 세계다.

그리스 시대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하루는 목욕탕에 갔다. 물론 목욕을 하기 위해서다. 첨벙하고 탕에 들어갈 때 자신의 몸에 해당하는 분량만큼 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밀도의 원리를 알게 됐다. 아르키메데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너무 기쁜 나머지 유레카라고 외치며 알몸으로 거리로 뛰쳐나갔다.
목욕탕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비단 밀도의 원리만은 아닐 것이다. 목욕탕에 차 있는 물의 양은 저량이다. 관을 타고 흘러들어 온 물의 양은 유량이다. 목욕 도중에 유량과 저량을 깨닫는다면 우리도 유레카를 외칠 수 있지 않을까?

[김대호 칼럼]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칼럼]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