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건설사들 해외수주 선봉 플랜트 부문 ‘토사구팽’… 전문인력 단절 우려

공유
2

건설사들 해외수주 선봉 플랜트 부문 ‘토사구팽’… 전문인력 단절 우려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이미지 확대보기
/그래픽=오재우 디자이너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건설사들이 지속적인 부진에 빠진 플랜트 부문에 대한 투자축소와 인원감축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신규채용마저 하지 않아 해외수주 선봉에 섰던 플랜트 부문을 ‘토사구팽’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문인력 단절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대림산업 플랜트부문 직원 1500여명이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최소 1개월에서 최대 2개월까지 순환식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당초 최대 6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공지했지만 직원들이 반발해 2개월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외에도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플랜트 부문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등 실제적인 이익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플랜트 사업 자체의 리스크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 2013년 건설사들은 저가수주·잠재부실 여파로 어닝쇼크를 겪었다. 이후 건설사들은 긴 공사기간 동안 터지는 돌발상황으로 생기는 잠재 손실에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플랜트 부문에 대한 수익감소는 곧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대부분 건설사 플랜트 부문 임직원은 3년 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5년 2768명이던 GS건설 플랜트 부문 임직원 수는 올해 2252명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현대건설 역시 847명이던 임직원 수가 724명으로 줄며 100명이 넘는 인원이 빠져나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6073명에서 4950명, SK건설은 2799명에서 2520명으로 줄었다. 포스코건설은 751명에서 372명으로 직원을 절반 정도 줄였다.

지속적인 수주 부진이 직원들에게 리스크로 다가오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에서 인력을 ‘토사구팽’ 식으로 운용한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15년째 한 대형건설사 플랜트 부문에 몸담고 있다는 A씨는 “신규 채용도 없고, 순환 배치를 통해 다른 부서로 빠져나간 인원들이 많다”면서 “수익성이 줄어 인원 관리를 하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보다 전문인력이 중요한 플랜트 부문에서 자꾸 인력을 줄이는 게 (회사에서) 플랜트 부문을 놓으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은 전혀 ‘토사구팽’이 아니라고 반발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 때문에 인원을 줄인 게 아니라 효율적인 조직 개편 과정에서 변동이 조금 있었을 뿐”이라며 “플랜트 사업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는 사업이고, 종합 건설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 플랜트 부문은 경력자가 중요한데 굳이 경력자를 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을 봐야한다며 기업들이 과거 IMF사태 이후 벌어졌던 인력난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IMF사태 이후 재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해외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당시 많은 플랜트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중동 발 해외건설 호재 광풍이 불면서 해외 플랜트 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렸다.

이용광 해외건설협회 사업관리실장은 “ 기업들이 당장의 회계연도상의 적자 등에 민감해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해외 건설 부문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EPC(설계·시공·조달) 등 시공환경이 예전과 달라지면서 생기는 인력감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현지전문인력 활용 등 기업입장에서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전문인력을 내보내는 것이 결국 기업의 기회비용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어닝쇼크 이후 보수적인 운용을 하면서 숙련자들만 우대하고 신규채용을 줄이는데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일”이라며 “새 전문가를 키우지 않으면 계속 도태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