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中 '블랙 테크놀로지' 활용 감시국가 건설 눈앞

공유
2

中 '블랙 테크놀로지' 활용 감시국가 건설 눈앞

첨단기술로 사회· 정치 통제 위한 필수 도구 활용

LL비전이 제조한 스마트 안경은 차량 내 인물의 얼굴과 번호판을 스캔하고 중앙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는 블랙리스트와 대조해 경찰관에게 즉시 알려준다.이미지 확대보기
LL비전이 제조한 스마트 안경은 차량 내 인물의 얼굴과 번호판을 스캔하고 중앙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는 블랙리스트와 대조해 경찰관에게 즉시 알려준다.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이 '블랙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해 '감시국가' 건설에 한층 더 가까이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베이징 교외의 간선도로에 설치된 검문소에서 현지 경찰관이 새로운 보안도구를 시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이슈가 되었다. 운전자의 얼굴 특징과 자동차 번호판을 읽고 즉시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스마트 안경'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 스마트 안경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LL비전(LLVision)'이 제조했다. 차량 내 인물의 얼굴과 번호판을 스캔하고 중앙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는 블랙리스트와 대조해 일치하면 즉시 '적색 경고 표시'가 점등되어 경찰관에게 알려준다.

이번 시험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가 베이징 중심부에서 개최되는 시기와 일치하고 있어, 중국 지도부가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국내 치안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이 '첨단 감시국가'로 변화되어 가고 있으며, "공산당에 대한 반발을 탄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인터넷뿐만 아니라 폭넓게 추적·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AI나 얼굴인식,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홍콩 대학의 최신 연구 계획 '중국 미디어 프로젝트'의 공동 디렉터인 데이비드 밴더스키는 "중국 지도부는 예전에는 인터넷과 통신 기술의 발전에 상당한 공포감을 안고 있었지만, 어느새 이들 기술을 사회와 정치를 통제하기 위한 필수 도구로 간주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L비전 우페이(Wu Fei)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용의자나 탈법자를 잡기 위해 이 장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우려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최근 열린 전인대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에 발을 들여놓는 대의원이나 방문자는 얼굴인식 스캐너에 의한 검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관련 자문 기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참석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보안 감시 체제 강화에 대해 기술 전문 국영 일간지 과학기술일보는 "올해 두 회의에서 적용시킨 보안에는 온라인화 한 새로운 '검은과학기술(블랙 테크놀로지)'이 도입됐다"고 표현했다.

과기일보에 따르면, 올해 전인대와 정협에서 이용한 카메라는 의심스러운 얼굴인식 데이터의 검색, 분석, 비교를 단 2초 만에 완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시스템은 블랙리스트에 실린 개인에 관한 전국 데이터베이스 '스카이 넷'이라는 프로그램이다.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는 이제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과기일보는 지적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하고 범죄자도 모르는 사이에 해결과 처벌을 받게 되는 미래 사회를 그린 톰 크루즈 주연의 미국 영화다.

중국이 실용 배치한 보안 기술은 점점 더 다양하고 다채롭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국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한편, 인권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의 확대를 둘러싼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블랙리스트에 변호사에서부터 예술가, 반체제 인사, 자선단체 직원, 언론인, 인권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이 진행하는 새로운 기술은 군중 통제용 '보안 로봇', 국경 지대를 감시하는 '드론', 온라인 행동을 추적하고 검열하는 'AI시스템' 등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이미 실용단계에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 데이터를 강제로 읽을 수 있는 '스캐너'와 가상현실용 카메라를 장착한 경찰견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음성 인식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체 인식 기능을 갖춘 음성 데이터베이스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서부 신장(新疆) 지구 등 사회적 불안을 안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감시 기술을 도입했으며, 이제 국내 전 지역으로 널리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내년에는 더 강력하고 세분화된 시스템을 중앙으로 집약하는 표준화 시스템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대 회의에서 대부분의 대의원은 국내의 치안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첨단 기술의 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며, 개인 정보 관련 문제에 관한 우려를 크게 웃도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동부 장쑤성 출신 류야핑(Lu Yaping) 대의원은 심지어 "이것은 좋은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기술이 정말 세계를 선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안전성에 대해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블랙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감시 국가 건설에 한층 가까웠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