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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일지 '미투' 비하 논란…동덕여대 학생회 공개 규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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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일지 '미투' 비하 논란…동덕여대 학생회 공개 규탄 [전문]

소설가 하일지가 '미투운동'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SBS
소설가 하일지가 '미투운동'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SBS
[글로벌이코노믹 김현경 기자] 소설가 겸 동덕여대 교수 하일지(본명 임종주·63)가 강의 도중 '미투(me too)' 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학생들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학생회는 규탄 성명을 내고 하일지 교수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하일지는 언론을 통해 "교권의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하일지 교수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소설 '동백꽃'을 "처녀(등장인물 '점순')가 순진한 총각(등장인물 '나')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거니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고 말했다.

하일지 교수는 또 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에 대해서도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하 교수가 "안희정 사건 피해자를 알고보니 이혼녀"라며 "이혼녀도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이에 "(김지은 씨가) 실명으로라도 폭로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이 나오자, 하일지 교수는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제 22대 학생회는 15일 '벽은 넘어서는 자를 막지 못한다 - 문예창작과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를 규탄하며 -'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하일지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섰다.

학생회는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는 '미투' 운동의 의도를 우롱했다"며 "뿐만 아니라, 본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2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는 수업 도중 이루어진 잡담의 맥락에서는 결코 통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회는 "하일지 교수가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해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고, 소속 학과인 해방인문 창조문창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며 "학우들을 대표해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예창작과 제22대 학생회는 '미투운동' 피해자에게 연대한다"면서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우들의 편에 설 것이며, 그들이 추후 어떠한 노선을 취하든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제 22대 학생회 성명 전문.


벽은 넘어서는 자를 막지 못한다

- 문예창작과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를 규탄하며 -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제22대 학생회 공식 성명서

지난 3월 14일(수),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 수업 도중 임종주(하일지) 정교수가 자행한 비인도적 발언이 학내에 밝혀졌다. 해당 교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을 밝힌 첫 번째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건의 맥락에 불통하는 ‘여성의 성적 욕망’을 근거하여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이용해 언어적 2차 가해를 저질렀다. 또한, 해당 차시 교안이었던 『동백꽃(김유정 作)』 속 마지막 장면을 들어,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바와 다름없으니 그 역시도 ‘#MeToo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둥 해당 운동의 의도를 비하하는 조롱을 일삼았다.

‘#MeToo 운동’은 고통의 고백으로부터 비롯된 연대의 장이다. 그러나 본 운동의 의미는 단지 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는 다종의 규범에 따른 각 지배 권력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보편(또는 일반)과 기준(또는 질서)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암묵적으로 강제해왔다. 약자 ?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불평등의 메커니즘은 지배 권력에게 ‘정상성’이라는 가치를 선사하였고,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권력에 따른 폭력 묵허 및 사회적 ? 정치적 통제의 권한을 부여하였다.

‘#MeToo 운동’에 참여한 성폭력 피해자는, 이처럼 불공정한 사회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유령화 되어 왔다. 인간으로서 운용해야 마땅할 삶의 기회와 존엄의 유지를 도리어 족쇄로 매단 채, 피해 사실을 스스로 은폐해야만 했다. 이 같은 ‘문화’ 속의 ‘#MeToo 운동’은, 사회의 불의한 이데올로기를 향해 그 참여자 모두가 “우리는 더 이상 약자를 상대로 가해지는 폭력이 발생치 않도록 할 것이며, 그러한 폭력의 실태를 당당히 공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포고하는 막중한 선언과 다름없다.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비롯하는 인권의 박탈 여부가 중압해 자신을 타자화하고 검열하던 피해자에게, 그가 경험한 폭력의 실체를 적확히 응시할 수 있도록 돕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같은 ‘#MeToo 운동’의 의도를 우롱하였다. 뿐만 아니라, 본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2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해당 교수가 언행의 정당화를 위하여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 예술 창작의 자유다. 그러나 여기서의 ‘자유’란 ‘무한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의 표현의 자유란, ‘혐오할 자유’와 그 뜻이 별반 다르지 않다. 본 학생회는 이에 앞서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에서 문학이 비평되는 것을 우선 경계한다. 이 같은 양태가 문학과 그 사유를 규제 ? 억압하는 규범으로 진화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해당 교수가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내세우는 위 입장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수업 도중 이루어진 잡담의 맥락에서는 결코 통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는 성희롱과 다름없는 발언을 가하여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전 학생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혔다. 또한, 소속 학과인 해방인문 창조문창의 명예를 동시 실추시켰다.

이에 문예창작과 제22대 학생회는 이 같은 입장을 밝힌다.

본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표하여, 임종주(하일지) 정교수를 공개적으로 규탄한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는, 국내 4년제 사립대학 내 문예창작과 중 유일하게 ‘여성대학’에 속해있다. ‘21세기 글로벌 여성 리더를 배출’하고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며 다양한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 본교의 교육 목표이자 취지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모독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교권 앞에, 우리에게 열린 길이란 없다. 남성 중심적 성(기) 사상이 옳다고 여기며 과오를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교수는, 우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하다.

따라서 문예창작과 제22대 학생회는 다음과 같이 고한다.

벽은 넘어서는 자를 막지 못한다.

문예창작과 제22대 학생회는 ‘#MeToo 운동’ 피해자에게 연대한다. 해당 수업을 수강한 학우들의 편에 설 것이며, 그들이 추후 어떠한 노선을 취하든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을 약속한다.

그 어떠한 폭력도, 우리의 지면(紙面)을 앗을 수 없다.

2018년 3월 15일


김현경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