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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아닌 변명, 되레 화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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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과아닌 변명, 되레 화키운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요즘 증권가가 시끌벅적하다. 고객과 최일선에서 만나는 증권사 직원들의 차명계좌 때문이다. 차명거래는 거래자가 자신의 명의가 아닌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계좌개설 등 금융거래를 말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일명 대포통장이라는 말이 익숙하다.

재벌회장에게나 있을 법한 차명계좌가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적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8명뿐만아니라 KTB투자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베스타스자산운용, 제이피에셋자산운용 임직원들도 징계를 받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선진국수준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자랑한 대형사도 적발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순이익 5254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적발된 임직원만 11명에 달한다. 불과 3명만 본인계좌로 거래했으나 매매내역을 신고하지 않아 차명계좌와 관련이 없었을 뿐이다.

나머지 8명은 다른 사람 명의계좌를 이용해 상장주식 등을 매매하고 회사에 계좌걔설 사실 및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 않는 등 전형적인 차명계좌 주식투자 케이스다.

엄밀히 말해 차명계좌를 이용한 주식투자는 고객을 배신하는 모럴헤저드다. 시장의 최전방에 있는 증권사 직원은 일반투자자들보다 기업의 악재나 호재를 빨리 접할 수 있다. 증권사 직원이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호재는 빨리 사고, 악재는 한발 더 빨리 팔 수 있는 식으로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선의의 투자자다. 상투에 잡혀 세력들의 희생양이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증권사 직원들은 자신의 돈으로 투자했을뿐 고객과 무관하다고 하소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증시의 근간인 공정성이라는 투자의 룰이 흔들려 시장질서를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게 마땅하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