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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세먼지 뿐이랴… 반중(反中)감정의 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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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세먼지 뿐이랴… 반중(反中)감정의 요인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조규봉 생활경제부장
[글로벌이코노믹 조규봉 기자]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중국은 미세먼지가 30%나 줄었다는데, 한국은 편서풍이 안 불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때만 되면 중국 흙먼지맛을 봐야 하는 한국민들 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물론 집안으로 들어온 먼지를 닦고 없애기 위해 안 그래도 가정생활로 힘든 주부들의 팔은 쉴 틈이 없다. 정부는 자체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 차량 2부제 혹은 정차 중 차량 공회전 금지 등 다양한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서 생활 속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지만, 괜한 수고로움만 커진다.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조치로 인해 미세먼지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겼다.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위인 줄도 모르고 산업화에만 몰두하다보니 결국 모든 게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파괴의 수순을 밟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개발 붐이 한창인 중국에선 어리석다 할 정도로 심각하다. 철을 녹이고 가공하는 대규모 공장이 즐비한 중국 산둥성 등지는 한국의 공기 질 악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마치 산업분진들을 이용한 공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중(反中)감정만 높아진다. 안 그래도 사드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의 압력으로 중국을 대하는 한국민들의 감정은 극도로 애민한 상태다. 중국 유커(단체 관광객)들의 저열한 관광태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방중(訪中)에 수행했던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무참히 밟히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반중 감정은 최고조다.
중국으로 넘어간 기업들은 어떠한가. 생활유아용품을 팔면서 인지도를 올려왔던 그래서 제법 알려진 아가방앤컴퍼니라는 회사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유아용품업체는 우리나라 토종기업이었다. 제품의 질도 좋아 엄마들 사이에선 국민브랜드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토종기업이 중국에 매각됐다. 매각 후 회사는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졌다. 직원들의 삶의 질은 바닥을 쳤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으로 넘어가자 마자, 회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기업이 기업을 사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새옷으로 갈아 입고 분쟁이나 피해없이 순조롭게 새출발하길 원한다. 하지만 아가방앤컴퍼니는 달랐다. 곳곳에서 비명 소리와 불평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회사가 중국에 인수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가방앤컴퍼니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 직원들의 처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급하다. 한국 기업을 산 중국기업들이 그렇듯, 한국 직원들을 최대한 이용해 액기스만 빼먹고 버린다는 게 전직 아가방앤커퍼니 직원의 전언이다. 이 직원의 말에 따르면 매일 직원들이 짐을 싼다. 부서 인사이동이 너무 빈번해 직원들 일부는 아예 짐을 채 풀지 않고 일을 한다. 더 비참한 건 인사이동 시 몸만 이동하는 게 아니라 책상과 의자를 들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가방앤컴퍼니의 사무집기들이 헐고 망가져 남아나지 않는다고 그 직원은 증언했다. 이런 중국 기업의 환경 속에서 일하는 한국 직원들은 언제 구조조정될지 모를 생각에 동료이자 직장 내 선후배들을 서로 감시하고 험담해서 누군가를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안 그러면 본인이 그 대상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같은 중국 내 한국 직원들의 삶의 단면이다. 반중감정이 자꾸 커지는 이유다.


조규봉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