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의 브랜드 색상은 갈색이다. 로고는 물론이고 회사 차량과 유니폼 등이 모두 갈색으로 되어 있다. 짐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얼룩이 묻더라도 잘 표시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택한 색깔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빨간색의 구급차 못지않게 거리의 갈색하면 곧 배달차의 이미지가 보편화되어 있다. UPS를 아예 큰 갈색이란 뜻의 ‘빅 브라운’으로 부르기도 한다.
UPS의 가장 큰 강점은 양질의 서비스다. 정확한 시간에 올바른 주소지로 도착할 확률에서 UPS은 다른 경쟁사에 크게 앞서 있다. 소포 파손율은 가장 낮다. 이 같은 양질의 서비스는 원만한 노사관계와 좋은 직장 분위기에서 온다.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물류 운송기업의 특성상 종업원의 사기가 무척 중요하다. 이 점에서 UPS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UPS는 창업 초기부터 이윤을 종업원과 공동으로 배분해왔다. 당기순이익이 나면 자본금으로 넘기면서 그 지분의 대부분을 종업원들에게 넘겼다. 주주가 된 종업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 회사라는 직원의 오너십이 미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손꼽힌다.
UPS에는 정년퇴직이 없다.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 남편이 사망하면 과부가 된 부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급여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마디로 가족회사인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운송 도중 교통사고가 거의 없다. 고객에게도 친절한 회사로 정평이 높다. 창업주 케이시는 블루칼라가 꿈꾸는 평생직장을 만든 공로로 노동 명예의 전당에까지 헌정되어 있다.
UPS는 출범 이래 여러 차례 변신했다. 이 변신과 혁신이 100년 장수기업을 만든 비결이다. 창업 초기에는 동네 심부름으로 사세를 키워나갔다. 전화의 보급으로 문서수발 등 동네 심부름이 줄어들자 백화점으로 진출하여 구매상품을 대신 배송해 주는 일로 전환했다. 주차장이 넓은 초대형 쇼핑몰이 등장하자 백화점 배달을 접고 한 주소지에서 다른 주소지로 옮겨주는 택배를 고안해냈다.
요즘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배송의 새 시장을 열고 있다. 헬스케어 비중이 높아지면서 의료 장비 등을 이동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데 UPS가 여기에 뛰어든 것이다. 온도와 습도를 잘 맞추고 충격 방지까지 감안해야 하는 고난도 서비스다. 취급이 까다로운 상품의 운송에 UPS의 미래 운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UPS는 또 수년 전부터 기업의 물류 관리대행 서비스에도 깊숙하게 뛰어들었다. 단순하게 상품을 날라다 주는 배달 서비스를 뛰어넘어 기업의 자재조달에서 재고 보관 유통 그리고 판매 후 배달에 이르기까지 물류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고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공급사슬망 서비스라고 한다. 전체 매출 중 공급사슬망에서 버는 돈의 비중이 전체의 16%에 달한다. UPS는 더 이상 단순한 택배회사가 아니다.
UPS의 사시는 “최상의 서비스를 가장 싼 가격에”이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구호 같지만 UPS는 이 경영철학을 구현하면서 100년 이상 세계 일등의 역사를 써왔다.
김대호 소장 /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