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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014년 이후 기업 자금공급 기능 약화…실물지원 역할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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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014년 이후 기업 자금공급 기능 약화…실물지원 역할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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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은행의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2014년 이후 크게 약화됐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실물지원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매우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책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을 대상으로 기업대출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갈수록 기업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확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또 생산유발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감안한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은 7년간 6.9%포인트에서 많게는 9%포인트까지 물러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총대출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지난 2010년말 48.8%에서 2013년말 49.5%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서 지난해 말 46.7%를 기록했다. 2010년말과 비교하면 대비 2.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말 34.3%에서 지난해 말 26.3%까지 하락했다. 2010년말 대비로는 8.0%포인트나 낮아진 것.

은행의 리스크 회피 성향 또한 갈수록 높아졌다.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보증대출 포함) 비중은 2010년말 48.3%에서 지난해 말 65.2%로 16.9%포인트 올랐다.

담보대출 편중 현상은 중소기업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말 54.1%에서 지난해 말 71.2%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또한 20.6%에서 30.1%로 급증했다.

제조업에 대한 비중은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 비중은 늘었다. 기업대출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말 30.9%에서 지난해 말 29.4%로 1.5%포인트 내렸다. 반면 서비스업 비중은 59.4%에서 64.8%로 5.4%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부동산업 비중은 2010년말 17.0%에서 지난해 말 25.1%로 8.1%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를 기대했다"며 "현실을 보면 은행들은 오히려 갈수록 기업대출을 줄이고 담보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확대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또 금감원의 분석에 따르면 은행의 생산적대출 비중이 지난 7년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총대출 잔액 중 생산적대출 비중은 지난 1010년말 대비 6.9~9.0%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대출 비중 하락폭(△2.1%p)의 3.3~4.3배에 달했다.

생산적대출이란 금감원이 은행의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현황을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등 질적인 측면까지 고려하기 위해 기업대출 잔액을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신용대출 등 3가지 측면에서 영향력·감응도계수, 고용유발계수 등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한 결과다.

금감원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생산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부동산업 대출이 대폭 증가(74조2000억원, 107.7%↑)한 반면, 생산유발 효과가 큰 업종(전자, 철강 등)의 대출은 감소한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기업부문 자금공급 기능이 약화된 것은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등 안전자산 위주로 여신정책을 변경한데 주로 기인한다"며 "모든 은행들이 ‘주담대 확대, 비생산적 기업대출 확대, 신용대출 축소’ 등 유사한 여신정책 및 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적 자금공급 역할이 저하됐다"고 했다.

이어 "일부 은행은 저금리 기조 하에 안정적 수익창출을 위해 가계·담보대출, 자영업대출(주로 부동산업) 등에만 집중하는 등 실물지원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앞으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사항의 적극적인 이행과 함께 은행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