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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윤상 음악감독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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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윤상 음악감독의 리더십

신범창 플랜비디자인 팀장
신범창 플랜비디자인 팀장
“눈을 감으면, 잠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남측예술단의 실무접촉 수석대표 겸 음악감독 윤상씨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최근 달라진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예술단의 공연을 필자도 유튜브를 통해 보았습니다. 짧은 준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북측 관객들의 호응을 잘 얻어낸 듯 보였습니다. 필자가 보기엔 북측 관객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즐기는 듯 했습니다. 어떤 방송사는 탈북자 출신의 한 방송인이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북한에서도 폭풍인기!’라고 전합니다.

일을 하다보면 고객의 요청이나 회사의 유지, 존속, 발전을 위해 어떤 팀이나 조직이 급하게 탄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갑자기 리더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상 씨는 갑자기 조직된 남측 예술단의 수석대표를 맡아 달라는 정부측의 제의를 받고 우선 역할이 무엇인지 물어봤다고 합니다. 수석대표라는 것이 생소하고 긴장이 되어 설명이 머릿속에 잘 안들어 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윤상 씨는 음악감독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맡았습니다.”

윤상 씨를 ‘뮤지션 위의 뮤지션’으로 존경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버클리음악대학, 뉴욕대학교에서 전문성을 더했으니 그럴만하다.’고 평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윤상 씨의 답변에 대해 필자는 몇가지 리더십 관련 단어를 연상했습니다. 그리고 윤상 씨의 전문성이란 바탕 위에이 단어들을 켜켜히 쌓았습니다. 이는 배려, 희생, 책임감, 자기암시, 일에 대한 지배력, 동기부여, 결단력, 실행력입니다. 이 단어들은 필자의 관점에서 작동기제 순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각 단어 앞에 윤상 씨 또는 독자와 관련된 수식어를 붙여보시길 바랍니다. 흥미로운 발견을 할 것입니다.

갑자기 리더를 맡게 되면 새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제약조건이 많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고자 권한집단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다 보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예산이나 자원이 준비되지 않아서’ 등 말은 되지만 수많은 핑계가 붙어 있는 회신을 받게 됩니다. 윤상 씨는 남측 예술단을 맡고보니 가장 중요한 선곡권이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부 곡은 하루 이틀만에 편곡을 끝내야 하는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곡인 ‘다시 만나요’ ‘우리의 소원’에 대해 삼지연관현악단과 협연을 위한 편곡이 필요했지만 과감하게 무산시킨 경험도 있다고 합니다. 빠듯한 기한이라는 제약조건에서는 버릴 것은 버리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폐기경영’이라는 명칭이 연상됩니다. 한국의 조영덕 박사가 쓴 책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잠깐 소개를 하자면,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착안하여 한국 기업의 CEO코칭에 수년간 적용된 기법입니다.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의 당면 목표는 ‘폐기’여야 하고 폐기경영기법으로 그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 것이 소멸할 때 새 것이 부활한다.’는 문장을 되짚어 보면서 한번씩 써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조직에서 경영자가 구성원들에게 공유하여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바라는 미션, 비전, 핵심가치 등으로 표현되는 경영철학이 있습니다. 윤상 씨는 “음악이 만국 공용어가 되려면 멜로디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음악감독으로서의 욕심, 즉 그의 경영철학을 190여명의 뮤지션들과 짧은 시간에 공유하고 무대를 통해 실현하였습니다. 김광민-정인 씨의 특별한 오프닝 퍼포먼스를 감상해 보면 ‘구성원들은 나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굳은믿음을 가지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음을 볼 수 있습니다.

준비된, 또한 우연한 리더의 역할, 이 글이 도움되시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신범창 플랜비디자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