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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의 배반?' 페이스북, MS위기 전철 밟나… '데이터 수집 방해 법률' 제정땐 광고 회사 모두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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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의 배반?' 페이스북, MS위기 전철 밟나… '데이터 수집 방해 법률' 제정땐 광고 회사 모두 떠나

시대와 상대, 업종이 변했지만 MS와 페이스북의 평행이론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시대와 상대, 업종이 변했지만 MS와 페이스북의 평행이론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미국 페이스북이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페이스북의 미래에 사용자들(유저)이 등을 돌리고 "유럽에서 시작된 규제가 미국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년 전 빌 게이츠가 세운 '소프트웨어 거인' MS의 주가를 붕괴시킨 것은 거래액의 급락과 규제 당국의 표적 공격이었다. 이 때문에 현 상태만으로 페이스북이 MS와 동일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리 탐탁지 않게 보인다.
실제 20년 전 MS는 성장력이 주춤하며 현실적인 매출 급락의 벽에서 사태가 시작된 반면, 마크 저커버그가 창설한 시가 총액 4630억달러(약 495조원) 규모의 소셜 네트워크는 여전히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1분기 내내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에 시달리며 주가 하락과 저커버그의 신뢰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통한 소통과 이를 이용하는 광고주들의 발길은 많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발표된 페이스북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약 120억달러(약 12조8400억원)를 기록했다. 심지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일일 활성 사용자 수조차 증가세를 회복했다. 결국 페이스북이 거둔 1분기 실적만으로 미국 광고업계가 페이스북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페이스북의 수익 대부분이 광고 수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해명에 쫓긴 결과를 생각한다면, 이 같은 실적은 참으로 예상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파티에서 사용자가 떠나지 않는 이상 광고주는 절대 떠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한다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소셜 네트워크가 경쟁자로 들어서 사용자들의 대 이동이 시작된다면 광고주는 마지막으로 페이스북 파티를 떠날 것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매우 부족한 가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페이스북이 20년 전 MS의 평행이론을 답습한다는 가능성이 대두된 것인가. 여기에는 "페이스북이 직면했던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커버그는 청문회에서 너무나 담담한 표정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미 의회 위원회도 그리 큰 지적이 따르지 않아 청문회라기보다는 페이스북의 성명 발표회라는 분위기가 더욱 컸다.

결국 저커버그의 사과만 따랐을 뿐, 미국 정부의 대책이나 해결책은 전혀 이어지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발견된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온적인 미 의회의 대응은 오히려 전 세계인들의 분노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한 상태로 확대된다면, 지금의 부드러운 정치적인 견해는 언제든지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미 의회는 언제라도 유럽 규제 당국의 조치를 모방해 페이스북의 성장을 억제하는 개인정보 보호 및 기타 관련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경험이 페이스북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운영체제(OS) 윈도(Window)를 개발한 MS는 1990년대 후반에 미국 규제 당국과의 공방에 거침없이 쫓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 분할은 면했지만 주가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닷컴 버블의 붕괴마저 가세하면서 MS의 주식은 1999년 말부터 1년간 약 3분의 1 수준까지 몰락했다.

이 과정에서 MS는 절대 고객에게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하고, 정치 세계와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MS는 이후 약 15년 동안의 고행 끝에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에서 존경받을 만큼 회복했고, 주가는 다시 예전에 기록한 최고치를 넘어섰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이미 2월 최고치로부터 20% 가까이 하락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에 대한 보이콧도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미 의회에서 페이스북에 의한 이용자 데이터 수집을 방해하는 법률을 만들어 낸다면, 그동안 광고 회사를 붙들어 매고 있던 열정은 완전히 잃게 될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재료는 경기침체다. 앞서 제시한 상황이 현실로 이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존 유명 브랜드에서 중소기업까지 광고비가 격감한다면, 기술주, 심지어 주식 시장 전체가 더 하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가 되면 페이스북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저커버그 CEO의 비즈니스에는 네트워크 특유의 중독성은 있지만, MS처럼 혁신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속성과 '업계 표준'의 강점은 없다. 이 또한 페이스북의 위기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시대와 상대, 업종이 변했지만 MS와 페이스북의 평행이론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