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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위주라더니…” 8·2대책 이후 ‘청약 사각지대’ 내몰린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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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위주라더니…” 8·2대책 이후 ‘청약 사각지대’ 내몰린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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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며 실시한 8·2 부동산대책. 그러나 오히려 실수요자인 2030세대가 ‘청약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결혼 3년차에 접어든 A씨(35)는 최근 분양시장을 돌아다니며 계속 청약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녀가 없는 A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2순위에 불과,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매번 밀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주택공급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신혼부부 기준을 기존 혼인기간 5년 이내에서 7년 이내로 확대했다. 여기에 1자녀 이상 조건을 없애고 무자녀 가구도 포함시켰다.

공급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청약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 기존 1순위는 혼인기간 3년 이내 신혼부부였지만 유자녀 가구가 1순위로 올라섰다. 혼인 기간이 아니라 자녀 유무가 더 중요한 순위 지표가 된 것이다.

이에 3년 이내 결혼 기간의 무자녀 신혼부부들은 2순위로 밀려나게 됐다. 이제 막 결혼해 자녀가 없는 ‘진짜’ 신혼부부들이 순위에서 밀려난 셈이다.

신혼부부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녀는커녕 배우자도 없는 20대 무주택자들에게 청약 당첨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29)는 최근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따진 B씨의 청약 가점은 22점.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평균 점수의 3분의 1수준이다.
A씨는 “최근 아파트 당첨됐다는 청약자들의 가점을 보면 40~60점은 돼야 하더라. 이 정도 점수면 무주택 기간이 적어도 10년은 넘겨야 하는데 결국 40대는 돼야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8·2대책으로 100% 청약 가점제가 적용된 뒤 젊은 층의 청약 당첨률은 반토막 났다. 청약가점제가 처음 적용됐던 서울 서대문구 ‘래미안 DMC 루센티아’ 일반분양 1순위 청약당첨자 총 358명을 분석한 결과 40대 당첨자 비율이 51%로 가장 높았고, 20·30대 28%, 50대 17%, 60대 이상 4% 순이었다. 가점제가 강화되기 전 인근에 분양한 ‘DMC에코자이’는 20·30대 비중이 53%로 가장 높았다.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며 강행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실수요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모양새가 됐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이후로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청약가점제를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가점제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오히려 실수요자인 청년과 초기 신혼부부들을 더욱 불리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부양가족 수에 초점을 맞추면서 2030세대가 사각지대로 내몰린 셈이다. 또 현재의 가점제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땅부자, 오피스텔 부자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투자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유 재산이나 소득에 따른 가점항목을 신설한다든지, 실제 수요자들을 위한 항목 세분화 등 가점제 자체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