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만의 체포된 용의자, 그리고 석방
하지만 2016년 제주지방경찰청이 장기 미제사건 팀을 꾸리며, 동물 사체 실험을 통해 피해여성의 사망시점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에 경찰은 박 씨를 다시 용의선상에 올리면서 제주를 떠난 그를 오랜 잠복 끝에 체포하게 되었다. 하지만, 박 씨가 여전히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가운데, 체포된 지 이틀 만에 법원도 증거불충분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에 서게 된다. 영장은 기각되었지만 그의 혐의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며 보강수사를 다짐하고 있는 경찰, 그리고 9년 만에 또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항변하는 박 씨. 지난 9년간 유족들을 절망에 빠뜨려 왔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 미세섬유와 CCTV, 마지막 퍼즐은 무엇인가?
경찰은 9년 전, 시신과 유류품 발견 장소 등을 볼 때 범인이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해당 지역 인근 CCTV 에서 박 씨의 차량으로 보이는 화면을 발견하면서 그를 용의자로 주목했다. 하지만 살인과 관련된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흐릿한 CCTV 화면만으로는 그것이 박 씨의 택시와 동일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한 경찰은 피해자의 어깨와 무릎에서 박 씨의 남방과 유사한 섬유 조각을 발견했고 박 씨의 택시 안에서도 피해자의 옷과 유사한 섬유 조각이 발견되었기에 이런 '미세섬유'의 발견은 양쪽이 접촉한 흔적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아직은 동일한 것이 아닌 '유사'하다는 의미에 그쳤다며 양자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경찰은 발견된 '미세 섬유'가 유사한 것이 아닌 '동일'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 CCTV 등 관련 증거들을 다시금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보강수사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비록 구속영장은 기각되었지만, 사건에 대해 일부 진술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다는 점은 인정된 박 씨. 그는 과연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일까. 아니면 경찰이 제시한 증거의 추가 분석을 통해 새로운 혐의점이 드러날 것인가.
김현경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