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러시아 월드컵은 이상하게 흥분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약해서일까? 아니다. 대한민국이 강했던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다. 투지와 열정 그리고 결코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정신으로 무장한 대한민국의 경기력 그 자체에 국민들은 감동했다. 물론 승리를 챙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놀라운 정신력과 투지를 보는 재미가 더 있었다. 그리고 1승의 타는 목마름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온 국민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그 목표는 오직 월드컵 무대에 집중했고 그 월드컵 무대가 다가오면서 선수와 감독 등이 하나가 돼서 솔직히 말도 안되는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일궜다. 신태용 감독도 역시 비슷하게 말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고를 치겠다”고 하지만 지금 냉정히 따져보면 히딩크 시절과 신태용 감독의 대한민국호는 일반인들이 봤을 때 너무 차이가 난다. 상대팀들은 세계 1위인 독일을 비롯해 스웨덴, 멕시코로 우리보다 FIFA랭킹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정신력으로라도 우리가 앞선다는 느낌이라도 받아야하는데 평가전에서 그것조차 느낄 수 없어 국민들의 기대가 크게 떨어진 듯 하다.
그래도 우리는 대한민국이 러시아에서 일을 내주길 속으로는 바라고 있다. 그런 마음을 알고 국가대표라는 그 무게감을 감독 이하 선수들이 알고 제발 선전해 주길 바라고 싶다. 진심이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6.13 지방선거 날이다. 이 또한 마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처럼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광역시지사 그리고 교육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을 뽑고 있지만 대부분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유독 더 관심이 가질 않는 분위기다. 후보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있겠지만 역시 정책 선거보다는 상대 후보들 흠집 내는 그런 선거 전략들이 난무하다보니 국민들이 식상하게 느끼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도 박원순 후보와 안철수 후보, 김문수 후보 등이 서로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에만 바쁘다. 경기도지사 선거전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와 남경필 후보의 악담과 개인사 문제 등 서로 헐뜯기에 바쁘다. 멀리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특히 더 심하다. 문대림 후보와 원희룡 후보가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서로의 도덕성과 지인들의 잘못을 부각시키면서 그야말로 진흙탕 선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말 중요한 사람들을 뽑는 6.13지방선거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갖고 각 후보들의 정책과 우리 동네 발전을 위한 실천전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정떨어지게 만들고 있는 게 지금 정치판이다. 그래서 그냥 투표하기 싫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안된다. 투표를 해야 정치가 바뀐다. 포기하면 안된다. 그래서 우리가 관심을 더 가져야한다. 대한민국 축구가 설령 러시아에서 참패를 당할지라도 열심히 응원한 뒤 질타하듯이 대한민국 정치판도 열심히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 해야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선거기간에만 머리 숙이는 그런 정치인 정도는 골라낼 수 있는, 상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이라고 생각한다.
6.13 지방선거에 꼭 투표하고 14일부터 시작하는 러시아 월드컵을 응원하며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 뽑고 축구에서도 제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대훈 기자 bigfire2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