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본사를 둔 DNA 검사 업체 아큐-메트릭스(Accu-Metrics)는 사람들이 채취한 DNA를 분석하여 조상의 뿌리 등을 조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원주민연합(CAPC)은 "원주민의 이익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직접 채취한 소속 회원들의 DNA를 아큐-메트릭스에 검사를 의뢰했다. CAPC는 "조상은 캐나다 원주민"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CAPC-ID'라는 원주민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 인증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면세 특권과 함께 특별한 의료 및 교육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는 우대 정책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인증서를 마구 발급해 주는 CAPC와 DNA 검사를 책임지고 있는 아큐-메트릭스의 부정 혐의는 누구라도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결국 평소 CAPC와 아큐-메트릭스의 관계에 의심을 가지고 있던 '루이스 코트(Louis Côté)' 씨는 아큐-메트릭스에서 3세트의 DNA 채취 키트를 구입한 다음, 하나는 코트 씨 자신의 구강에서 채취한 DNA를, 다른 하나는 코트 씨 부친으로부터 채취한 DNA를 넣어 라벨을 표시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여자 친구의 애완동물인 '스누피'로 명명된 치와와의 DNA를 채취하고, 그곳에 자신의 아들 이름을 붙여 아큐-메트릭스에 제출했다.
1개월 후 코트 씨에게 이메일로 "당신은 캐나다 원주민을 뿌리로 가지고 있으며, 아들(사실 스누피)도 마찬가지로 캐나다 원주민을 뿌리에 두고 있다"는 놀라운 검사 결과가 아큐-메트릭스에서 송부됐다. 특히 스누피의 뿌리에서는 원주민의 비율은 20%이며, 12%가 아베나키족, 8%가 모호크족이라는 상세한 설명도 붙어 있었다.
코트 씨는 이번 검사 결과를 캐나다 공영방송 CBC 뉴스에 제공했으며, 그 결과 아큐-메트릭스는 CAPC 함께 오랫동안 사기를 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됐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에서 오랫동안 원주민 DNA와 유산에 대한 연구를 해온 킴 톨베어(Kim TallBear) 교수는 "DNA 검사 업체들은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비윤리적 장사를 하고 있다"며, DNA 검사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것 자체에 경종을 울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