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순환을 인생에 비유한 공연은 가족에 대한 예(禮), 타인과의 소통, 여름 미토스의 실현, 원초적 동경과 그리움, 춤 예술가로서 일생과 내공 쌓기, 어울림의 가치 등을 보여주면서 소극장 춤의 프레임을 확장시켰다. 이 공연은 선한 사람들의 춤 일생에다가 춤 색깔을 입히고 조화를 추구한다. 『春‧夏‧秋‧冬 춤의 색을 입히다』는 작은 공간에서 추구하는 미학적 상부의 예술적 결정(結晶)을 우회하여 박수가 포말처럼 일어나는 시각적 비주얼과 신명을 불러왔다.
도입부의 군무는 장사익의 ‘허허바다’를 타고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한다. 선경험들의 헌신과 희생은 우리를 풍요롭게 개화시키고, 지혜로운 삶과 예술적 자양분을 배양했다는 의미에서 무용수들은 손수건(희생)과 LED꽃(성장)을 사용한다. 솔로의 마임은 타니모션의 ‘자장장단’으로 사계와 인간의 일생을 연결,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우리의 인생에 비유한다. 창작춤의 화려한 수사는 박소정 무용단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春(춘)- 따스함의 시작’, 긴 겨울을 뚫고 봄눈 녹듯 도래한 춤은 오랜 세월을 딛고 다져진 고귀함을 드러낸다. 시린 옛것을 타고 현대에 이르면 김시원의 ‘빠른 휘모리장단’ 군무는 무용실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희정 밴드의 ‘만좌맹인이 눈을 뜬다’를 사용한 군무는 떠들고, 핸드폰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누워있고, 몸 푸는 학생들의 익숙한 연습장 풍경을 보여준다. 타이트한 구성은 계절의 시퀀스 별로 보통 두 개로 신을 견지한다.
‘夏(하)- 청춘, 열정의 시간’, 여름의 화사처럼 몸짓・ 사위・ 디딤 하나에도 열정을 뿜어내는 시퀀스이다. 무용실에 남은 열등학생, 조금 우스꽝스러운 춤을 춘다. 김재덕의 ‘Talking'이 보조를 맞춘다. 여성 군무가 ’쟁강춤‘을 선보이면 열등 학생은 밀려난다. 학생은 ‘짊어진 넋’으로 텅 빈 무용실에서 연습에 매진한다. 춤에 능한 친구의 등장과 도움으로 동작과 솜씨를 배우며 연습을 쌓아간다. 사제 간의 이야기는 마임이 추가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킨다.
‘秋(추)- 결실, 풍성한 축제’, 춤이 경지에 이른 듯하지만 또 다른 시작임을 깨닫는다. 마임은 일상소리로 소통을 시도한다. 연습이 끝난 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며 일상에 맞춘 등교 학생들, 택시 승객, 나들이객,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군무는 ‘Kiss the 춘향’ 음악에 맞추어 열등학생, 그 친구를 무시했던 여자 친구들, 열등학생 친구, 선생님 모두 가 사계에 맞는 서로 얽힌 실, 네온 불빛 반짝이는 조명을 받아 어울림의 축제를 벌인다.
버라이어티한 춤에 익숙한 박소정, 최경애 두 사람의 춤 연출과 안무 구성은 소극장 무대를 들뜨게 하였다. 아곤(agon)을 부드러운 질감으로 처리하며 거친 춤을 유연화시키고 객석을 압도한 춤은 대중춤 형성의 흐름을 읽게 하였다. 이 공연은 익살꾼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재치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춤을 구사하는 방식, 산야들에 여름 꽃이 분주하게 피어도 수수지레의 춤을 꽃피우면서 춤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제시한 예작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