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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꼰대의 조로화(早老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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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꼰대의 조로화(早老化)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
경험의 크기는 연륜인 세월의 무게와 비례한다. 경험은 한 사람의 역사다. 경험이 크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할 말이 많다는 것이다. 경험이 클수록 권위와 서열을 중요하게 여긴다. 권위와 서열이 짙게 형성된 배경에는 유교문화와 군대문화가 한몫 한다. 권위는 이타적 존경에서 나온다. 권위가 지나치면 권력이 된다. 권력이 강화되면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안하무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아닐까.

불통의 아이콘인 꼰대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로 유추하고 있다. 아버지나 선생님과 같은 나이 많은 사람, 즉 '늙은이'를 지칭하는 사회적 관점이다. 또 하나는 프랑스의 백작을 지칭하는 콩테(comte)가 일제 강점기에 들어오면서 꼰대가 되었다는 어원적 시각이다.
'꼰대문화'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하였을까? 필자는 '밥상머리 교육'에서 그 근원을 찾아보고자 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좋은 뜻이다. 긍정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밥을 먹을 때에는 말을 하면 안 된다', '어르신의 말씀은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배웠다. 어르신 면전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는가. 어르신이 존경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밥상머리 교육'이 존중을 학습하는 장(場)이기에 앞서 자율성을 저해하지는 않았을까?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이었다. 가족 중심적이었다. 가족은 서열 중심의 시발점이다. 맛있는 음식은 아버지와 장남 앞에 놓이게 되고, 둘째 이하는 생활용품을 대물림 받았다. '밥상머리 교육'에서 체화된 행동은 사회에서도 서열 중심적으로 나타났다. 그 현상은 사회적으로 당연한 것이고 용납이 되는 분위기였다. 서열 중심은 나이와 성별을 구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어른과 남자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과시한다. 힘의 과시는 꼰대라는 사회문화로 자리매김하였고 젊은 세대는 그 행동을 혐오한다.

꼰대가 나이와 성별을 넘나들면서 조로화(早老化) 되고 있다. 나이 많은 남자들의 점유물처럼 보였던 꼰대가 젊어지고 있으며 성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이다. 젊은 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꼰대를 혐오하면서 왜 그 행태를 답습할까? 필자는 이와 같은 행동을 '악습의 재생산법칙'이라고 한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흉보면서 닮아가는 현상과 유사하다. 젊은 세대가 노년세대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서서히 그 행동에 젖어드는 것이다.

꼰대문화가 전방위 세대로 확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악습의 재생산법칙'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씨가 된다. 흉을 보면서 배운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이 현실이 된 것이다. 행동은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사회적 계층사다리가 무너진 것이 젊꼰의 주요 원인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방정식이 틀리게 된 것이다. 저축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열심히 공부하면 미래에 조금 더 나은 삶이 보장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를 기약할 수 가 없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보여주는 소확행이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노년세대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저축하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지금을 모두 불태우고 싶은 심정이다. '혼밥' '욜로(YOLO)' '소확행'의 단어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회를 향해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마을의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도서관이 하나 없어진 것과 같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모래시계와 같다. 모래 떨어지는 양이 많아질수록 인생은 더 선명하게 보인다'라고 하였다. 세월의 무게에 버금가는 경험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세상은 경험이 이론보다 앞선다. 법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아닌가.

삶이란 무엇인가?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이타적 관계이다. 내면의 결핍에 굶주리지 말자. 꼰대의 문제가 나이에서 소통으로 전이된 것도 내면의 결핍에 연연한 결과일 수 있다. 선배의 경험 공유는 조직의 정착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신입사원도, 새내기 대학생도 엄연한 성인이다. 성인은 생각하는 방법과 가치관이 다르다.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자. 이해는 존중을 낳는다. 존중하면 수평적 대화가 가능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된다. 다양성은 조직문화 개선에 첩경이다. 꼰대가 현자(賢者)되는 길은 성찰이 보약이다. 성찰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 각자의 성찰을 통해 부정적 꼰대를 선기능의 조직문화로 탈바꿈시켜 보자.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인적자원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