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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주도권 다툼 치열…中 북미회담 전 ‘종전 선언’ 보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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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주도권 다툼 치열…中 북미회담 전 ‘종전 선언’ 보류 촉구

김정은에게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국 측에 요구하도록 부추겨

시진핑 주석은 다롄 회담 석상에서 김정은에 대해, 북미 정상만으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주석은 다롄 회담 석상에서 김정은에 대해, 북미 정상만으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중국 랴오닝 성 다롄에서 5월 초에 열린 북중 정상 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북한의 김정은 조선 로동당 위원장에게 6월의 북미 정상 회담에서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을 보류하도록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전쟁 당사자인 중국은 미국과 북한 간 중대한 결정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자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을 우려해 종전선언을 보류하도록 북한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북중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일본 언론이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4월 말에 열린 남북 정상 회담에서 서명된 '판문점 선언'에서는 "휴전 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할 것"을 명기했다. 그로 인해 6월 12일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한국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지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다롄 회담 석상에서 김정은에 대해, 종전 선언은 북한과 함께 참전했던 중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북미 정상만으로 종전을 선언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측은 미 정상 회담이 열리기까지 이러한 생각을 거듭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동시에 다롄 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미국 측에 요구하도록 김정은을 부추겼다고 한다.

이후 중국 외교부 화춘잉 보도국장은 5월 하순의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와 휴전 협정 체결 국가인 중국은 합당한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북미 정상 회담 직전 "종전 선언의 서명은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북미 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상대를 적대시하는 군사 행동 중단"을 요구했고, 결국 한미 양국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예정했던 세 차례의 합동군사훈련 중지를 결정했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은 거론도 없이 모든 시나리오가 중국이 의도한 방향대로 흘러간 셈이다.

◇ 미국과의 주도권 다툼 선명


공동 성명에서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초 북한에 대한 양보가 선행하는 것을 미국 측이 꺼려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강했다. 실제 정상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제까지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으며, 향후 구체적인 조치 또한 모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종전 선언을 보류하도록 촉구하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를 제치고, 미중 양 대국이 한반도 정세를 놓고 주도권을 다투는 구도가 재차 부각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시키려면,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전제로서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인 종전 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는 김정은에게도 미국에 요구하는 체제 보장의 첫 걸음으로 환영할 만한 조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종전 선언은 북한이 '후원자'라고 여기는 중국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가능성이 짙다.

물론 중국 또한 북미 대화를 지지하는 측면을 내포한 것은 맞지만 '중국을 배제한' 한반도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되는 전개는 중국으로서는 철저히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복잡하게 얽힌 주변국의 이익을 향한 기대가 비핵화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 유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