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고기 냄새’가 은은하게 감돌았다. 이곳에서는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각종 가공육 제품들이 만들어진다. 5만8000여평에 이르는 이 공장에서는 하루 소시지 약 55톤, 베이컨 약 25톤 등 총 80톤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소속의 직원만 330여명,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800여명이 근무하며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지만 인기 캔 햄 제품 ‘스팸’의 경우 물량이 모자랄 정도다.
이날도 이곳 진천육가공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위생복을 갖춰 입는 데만 15분 넘게 소요됐다. 간간이 소독 절차는 물론, 이물을 완전 차단하기 위한 각종 절차를 거쳐야 했다. 머리카락을 동여매고 위생모를 쓴 후, 다시 조끼형 모자를 눌러썼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위생복을 입은 후 몸에 붙어있을지 모를 먼지들을 떼어냈다. 손을 소독하고 에어샤워를 거친 후에야 진짜 고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붉은 빛을 띤 고기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안쪽으로 들어섰다. 국내산 후지와 수입산 전지 등이 사용되는 가공육 원료는, CJ제일제당의 내부 기준을 합격해야만 작업대에 오를 수 있다. 현행법상 공장에 들어온 육류는 1년간만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조금 더 보수적으로 책정한 3-6개월 여만에 입고된 육류를 모두 소진한다.
공장 내부는 거대한 설비들이 얽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관들이 천장과 벽을 타고 교차하고 있었다. 자칫 무질서해보이는 공간이었지만 제품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식탁에 오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맛‧품질의 표준화다. 육류 특성상 획일적인 맛을 구현하기 힘들지만 오랜 연구 끝에 같은 맛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많은 생산 설비 사이에서 ‘쉬익쉬익’하며 피스톤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인젝션(Injection) 기계가 가장 대표적이다. 햄과 달리 베이컨 공정에 포함된 이 기계에서는 양념액이 고기에 골고루 밸 수 있도록 커다란 주사 바늘이 고기 끝까지 들어가 양념액을 뿌린다. 이어 마사지 과정을 거친 고기는 슬라이스 되기 전 양념액이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받는다.
CJ제일제당은 이날 생산공정을 공개한 ‘The더건강한 바이스부어스트’와 ‘The더건강한 이탈리안통베이컨’을 주력 제품으로 앞세워 ‘메인 메뉴형’ 냉장햄 소비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2022년 브랜드 매출 3000억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현재 9400억원대 냉장햄 시장을 2020년 1조1000억원대, 2022년에는 1조3000억원대까지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은 신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의 규모를 키워 냉장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부장은 “햄‧소시지를 무조건 많이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고기 취식량은 미국 절반 수준이다. 향후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되면 부위가 다변화되거나 고기의 형태가 바뀌는,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다변화 역할을 (CJ제일제당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소현 기자 ssosso667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