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얼굴을 마주보고 해야 될 말

기사입력 : 2018-07-30 09:17 (최종수정 2018-07-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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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평소 교회나 절에서 낮에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먹고 살려면 주부와 노인, 그리고 시골의 노동 생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걸 안사람에게 무심코 전했더니 뭘 몰라도 한 참 모른다며 대뜸 타박이었다. 그런 시설은 이미 다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절이 무슨 탁아소냐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역시 가재는 게 편이였다. 중생들의 삶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는 것이 참모습이 아니겠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런 문제를 두고 부부끼리 옥신각신, 왈가왈부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삶의 문제에 정답이 어디 있으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화계사 툇마루에라도 앉아 얼굴을 맞대고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게 되리라.

대화는 의미의 공유 과정이다. 메일이나 문자, 서류를 통해 전달하는 글의 방법과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의견을 나누는 말의 방법이 있다. 글은 기록이 남아 분명하고, 말은 상호적이여서 유연하다. 반대로 말하면 글은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고 말은 임의적이어서 불확실하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말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 이해와 공감의 수준을 높이고, 글로확실함을 보장하는 방법을 택하곤 한다. 북한 비핵화의 접촉 과정이 그랬다. 수 차례의 만남이 있고 나서 글로 명문화된 약속을 선포했다. 미진하면 그들은 또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런데 그 바쁜 사람들이 왜 꼭 만나서 좁혀가는걸까? 전대미문의 소통수단인 카톡으로 밤새도록 주고 받으면 될 일인데. 얼굴을 맞대면 천하에 없는 묘안이라도 떠오른다는 걸까?

중앙종합금융이라는 금융사의 광고를 만들던 때의 이야기다. 홍보실장은 사장님이 바빠서 안계시고 자신이 전하겠다며 ‘회사의 기업 이미지에 도움 될 신문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기자본 비율이 개선된 초우량 금융기업’ 임을 알리는 도전적인 광고 문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아뿔싸! 그 광고를 본 광고주 사장님은 노발대발하며 당장 들어오라고 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는데 찌푸려진 미간은 짜증이라기보다 속내까지 뒤집어 보이려는 안간힘으로 보였다. 그는 주가조작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금융인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없애는 광고로 다시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지금 만든 공격적인 광고는 오히려 그런 나쁜 이미지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맞는 소리였다. 홍보실장이 사장의 속마음을 제대로 파악해서 전달해주지 못한 탓이였다. 부랴부랴 정반대의 착한 광고를 준비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주부의 모습 위로 "살림이 조금 피었다고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지 않겠습니다. 새 옷으로 옷장을 채우는 대신 희망으로 통장을 채우겠습니다" 라는 카피로 만든 소박한 서민형 광고였다. 사장은 정말 좋은 광고라고 우리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날 사장을 직접 만났더라면. 결국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설득의 출발이 된다. 문자와 사진이 범람하는 SNS의 시대는 설득의 방법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디지털 시대의 통신 코드는 문자다. 아니 기호나 이모티콘이다. 이 몇 개의 축약된 기호로 내 뜻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다. 물론 편하긴 하다. 두 개의 눈썹(^^)은 기쁨이고 즐거움이고 만족도 되니 돌려가며 쓰면 된다. 그러나 맥락에 따라 바쁘니 대화를 그만두자는 뜻이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비아냥 일수도 있다. SNS를 통해 비즈니스용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문자는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나라의 공자 한비(韓非)는 설득의 어려움에 대하여 ‘내 지식이 불충분해서도 아니고 내 변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해야 할 말을 꺼낼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서 내 주장에 거기에 적중시키는데 있다’ 라고 했다. 촌철살인의 텍스트가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더 가까이 마주앉아 상대의 흉중을 파악하라. 그의 안색과 목청과 몸짓에 집중해서 SNS에 가려진 마음속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라. 그래야 의미의 공유보다 더 깊은 감정의 공유에 다가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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