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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미란다 커가 먹는 슈퍼푸드 '노니' 사기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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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미란다 커가 먹는 슈퍼푸드 '노니' 사기 극성

한국인이 한국인 관광객 대상 수십배 폭리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교민들이 사용하는 SNS 단체소통방에 올라온 노니 판매 사례.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인교민들이 사용하는 SNS 단체소통방에 올라온 노니 판매 사례.

베트남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슈퍼푸드 '노니(Noni)'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슈퍼푸드'로 꼽히는 노니를 마치 '만병 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가격을 수십배 부풀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 주로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인 다낭에서 패키지 관광을 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노니'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베트남 현지인이 아니라 전부 한국인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낭 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다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는 660만명에 이른다. 그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올해는 더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전망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 1만원짜리가 30만원으로 둔갑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SNS의 단체회원방에는 얼마 전 노니와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친구가 다낭에 갔다가 노니 한통에 30만원을 주고 샀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올라오자 마자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대부분 사기이니 환불하라는 조언들이었다. 몇몇 회원들은 파는 사람들도 다 한국인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렇다면 베트남의 특산품으로 알려져, 쇼핑 리스트에 항상 들어가는 노니는 실제 얼마일까. 쥬스나 차든, 분말이나 환 형태이든 1㎏당 20만동(약 1만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 하노이에서 사는 한국 교민들도 20만동 수준을 노니의 정가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낭 같은 여행지에서 노니는 한통에 600만동을 넘어가고 있다.

베트남 현지 로컬 노니판매점은 주스 1리터를 18만동(약 9000원)에 판매한다. 분말이나 환, 티백형태든 현지에서는 노니제품이 20만동을 넘어가지 않는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현지 로컬 노니판매점은 주스 1리터를 18만동(약 9000원)에 판매한다. 분말이나 환, 티백형태든 현지에서는 노니제품이 20만동을 넘어가지 않는다.

■ 효심 악용해 한국인이 한국인 대상 사기판매


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날까. 현재 다낭은 베트남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다. 한국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다낭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에 꼽혔다. 특히 다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패키지 효도관광이 많다. 물가가 저렴한 데다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보니 자녀들이 부모님들을 효도관광 보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한국여행업체들은 이런 '효심'을 노려 저렴한 패키지 상품으로 유도한 뒤, 말도 안되는 가격의 쇼핑관광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여행온 어르신들은 대부분 '노니'의 효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암이나 몸에 좋은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하는 말에 쉽게 속아넘어가는 것이다.

현지사정을 잘 모르는 점을 노려 가격을 수십배나 부풀리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가이드는 본인이 직접 노니샵이나 커피매장, 또는 투어식당을 차려놓고 관광객을 데려와 물건을 강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여행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응웬 돈 아잉은 "요즘은 한국말을 하는 현지 여행사도 많기 때문에 가격 비교를 해본 후 쇼핑이나 옵션이 없는 여행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슈퍼모델 미란다 커가 10년 이상 마시면서 유명해진 타이티안 노니주스. 노니의 독성을 제거하는 정제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가격도 일반 베트남 노니제품에 비해 6배 이상 비싸다.이미지 확대보기
슈퍼모델 미란다 커가 10년 이상 마시면서 유명해진 타이티안 노니주스. 노니의 독성을 제거하는 정제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가격도 일반 베트남 노니제품에 비해 6배 이상 비싸다.

■ 정제기술 없으면 독성제거 못해


한편, 베트남의 노니가 한국에서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실제 한국인들에게 노니가 알려진 것은 슈퍼모델 미란다 커 때문이다. 미란다 커가 몸매와 건강을 한번에 챙길 수 있다며 소개한 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란다 커가 10년 이상 마셔오고 있는 노니주스는 모린다사의 타히티안 노니주스다. 일본의 정제기술로 만들어 낸다. 가격도 비싸다. 베트남에서도 이 회사의 제품은 1리터들이 주스가 120만동(약 6만원)이 넘는다. 베트남 로컬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크기의 주스는 18만동(약 9000원) 수준이다. 이 같은 가격의 차이는 정제기술 때문이다.

노니주스에는 독성이 일부 함유되어 있다.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간 또는 과다 음용시 복통과 설사를 동반할 수 있다. 이같은 독성을 제거하려면 뛰어난 정제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베트남에는 그런 기술이 없다. 이는 필리핀이나 태국 등 노니를 파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수입유통을 하는 업체 대표는 "베트남이 핫하다 보니 노니수입을 생각했지만 베트남 현지에서는 노니 독성을 제거하는 정제기술이 없고, 정제한 일본제품은 비싸 결국 수입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