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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햄버거와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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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햄버거와 고추장

업무에 쫓겨 시간이 부족할 때 햄버거를 자주 사먹곤 한다. 간편하고 빠르게 제공되며 맛도 괜찮다. 그런데 그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는 잘 살균되지 않으면 인체에 위험할 수도 있다. 냉동상태가 되면 식중독균이 죽어 버리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잠시 균의 증식이 정지될 뿐 해동이나 유통, 조리과정에서 또 다시 증식할 수도 있다.

냉동상태를 유지하였던 패티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중심 내부의 온도까지 충분히 도달한 다음 살균시간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가열온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충분히 살균을 하다보면 고기 패티가 탈 수도 있고 수분이 너무 빠져 나가 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소고기 패티에는 사람의 장속에서는 살지 않지만 소의 내장에서 서식하는 대장균 O157이 살고 있는데 이 세균은 인체에 치명적인 공격을 한다. 소위 말하는 장출혈을 유도하는데 대장을 뚫고 나가 패혈증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세균이다. 그런 이유로 소고기 내장까지 함께 갈아서 패티를 만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충분히 오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식품안전을 위해서 철저히 다루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냉동소고기 패티 대신에 냉장패티를 사용하면서 빠르게 유통, 조리되는 방향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또 아예 스테이크를 구워서 햄버거용으로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다. 최근에는 피 냄새까지도 나는 식물성고기패티를 사용하는 햄버거도 등장했다. 그만큼 대장균의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하였다가 햄버거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30여 메뉴 중에서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는 캘리포니아 버거이고 두 번째로 잘 팔리는 것이 김치버거라는 말에 반가워 이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한국의 김치버거와는 다른 식재료를 사용해 놀랐다. 김치는 물론 마요네즈와 더불어 고추장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 뜻밖의 재료 선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우리는 그냥 김치가 먹고 싶다고 김치를 먹지만 버거에서 김치와 고추장은 또 다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개발한 사람이 제대로 알고 선택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메뉴로 안전을 추구하는 면에서 놀라웠다.

몇 년전 한국식품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추장 속에서는 앞서 언급한 대장균 O157이 더 이상 증식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추장이 항균효과를 톡톡히 하여 치명적인 대장균조차도 증식하기 어렵다면 평소 매운 음식을 먹는 우리가 유독 식중독균으로부터 강한 특성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 이질과 같은 식중독사고가 나더라도 한국 사람은 설사 몇 번하고 끝나는데 일본사람들은 초죽음 상태까지 도달하여 매우 무서워하였던 적이 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유아들이나 청소년들이 우리의 전통 음식인 김치나 고추장을 멀리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품의 안전은 누구나 다 관심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부분이다. 조리법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냉동 패티를 살균하는 사람이나 이를 취급 유통시키는 사람이나 소비자까지도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즈음 무더위로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는데 이런 기후 온난화의 여파는 식중독 세균의 증식속도를 빠르게 가져오는 요인이기에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