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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인터넷전문은행 위한 은산분리 개정의 불안한 예감…"큰 고양이이든 작은 고양이든 생선가게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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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짚는 그래픽경제] 인터넷전문은행 위한 은산분리 개정의 불안한 예감…"큰 고양이이든 작은 고양이든 생선가게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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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저널 조수연
[글로벌이코노믹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최근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른바 '은산분리' 논쟁이 은행법 개정으로 치닫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50% 또는 34%까지 상향하려는 것이 내용이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경쟁과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을 바꿔 나가겠습니다.' 8 월 7일 대통령이 방문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행사를 알리는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거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서도 바꾸지 못한 금융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에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를, 한국에서는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은산분리를 고수해왔다. 금융자본, 산업자본 어느 쪽이든지 주도권을 잡는 쪽에서 은행의 막대한 자금 동원능력을 활용하면 경제를 독점할 것이고 실패할 경우 국가가 부도날 정도의 위기가 온다는 시스템 리스크가 은산분리의 근거다. 2008년 금융위기처럼 한 국가의 금융시스템 파산은 전 세계로 퍼지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리스크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은산분리를 인터넷전문은행만 제한적으로 허무는 것이고 이 조치가 금융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득한다. 그러나 기자가 30년간 금융 현장에서 겪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여러 가지 의혹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IT에 전문성이 있다고 핀테크, 나아가서 금융을 잘할 것인가. 정부가 절세형 상품 하나를 만든다고 서민들을 행복하게 하지는 못한다. 단지 서민 지원의 수단일 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여 편의성을 제공하는 금융채널일 뿐이다. IT는 없어서는 안 될 금융서비스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금융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인테리어를 잘하는 기업이 은행 지점을 멋지게 만들어 금융서비스를 혁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예로 아마존은 IT, 드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유통업자다. 드론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마존처럼 유통업을 잘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를 잘한다는 것뿐이지 금융을 잘할 것이라는 추측은 무리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만 은산분리를 제한적으로 허무는 것이므로 무리가 없다고 하지만 산업자본이 은행 산업에 들어오는 것은 '이익 극대화'가 목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사에서 이익 극대화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잉카문명을 멸망시켰으며 아프리카 노예를 착취했다. 이익극대화를 위하여 작은 문을 여는 순간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은행 산업의 막대한 레버리지 효과를 산업자본이 얌전히 놔둘 리 없다. 허물어진 규제의 틈을 산업자본은 끝없이 두들길 것이다. 또한 온라인으로 허가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아마존을 알지 않는가. 그들은 온라인으로 모든 산업을 삼키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에 은산분리를 고수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주장하며 인터넷전문은행만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신뢰를 잃어버린 지금의 은행산업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정부 입장에서는 말만 앞세웠던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의 이미지를 한 번에 쇄신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은행지주회사들의 행태로 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선의의 경쟁과 혁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은 좀 순수한 견해로 보인다. 일제강점기부터 정권과 상관없이 경제 권력을 쥐락펴락한 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권을 내줄지는 의문이다.
많은 연구 사례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폐단의 사례로 동양증권 사태를 흔히 지적한다. 최근의 유령주식 사태도 또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비단 증권 산업뿐 아니라 은행 산업도 많은 사건, 사고 사례에서 이익경영 추구에 금융소비자에 소홀한 지 오래다. 지금의 금융의 행태도 걱정인데 이익극대화에는 몇 수 위인 산업자본까지 가세되면 금융소비자를 놓고 어떠한 난장이 벌어질지 걱정이다.

산업자본 허용 논쟁에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발전이 주되 관심거리다. 금융소비자에게는 거래의 편의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면 금융소비자가 1차 피해를 받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소득이 원천인 세금을 필요로 한다. 편의성이 문제가 아니라 은산분리 개정논의에는 금융소비자 및 국민의 이해가 반영되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만 산업자본의 참여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큰 고양이이든, 작은 고양이이든 입에 재갈을 물리지 않는 한 생선가게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규제개혁이란 미명아래 뽑는 것이 손톱 밑 가시인지, 꼭 필요한 고정 핀인지는 잘 알아보고 뽑아야 할 것이다. 은산분리가 만일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초래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비행기가 추락하는 위험만큼 돌이킬 수 없는것이기 때문이다.


조수연 그래픽 저널 전문위원 tiger6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