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오지환 병역면제 후폭풍…핵심은 선수선발 정당성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46회)] 누가 병역특례를 받는가?

기사입력 : 2018-10-04 11:26 (최종수정 2018-10-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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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축구와 야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야구 국가대표팀은 축구 국가대표팀에 비해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2018아시아게임은 끝난 후에도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각종 종목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발휘해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게임 그 자체보다는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에 대한 찬반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그것도 특례 그 자체보다도 병역혜택을 받은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선수 선발에 대한 정당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결과 총 42명이 혜택을 받았다. 축구에서 20명, 야구에서 9명이 받았다. 나머지는 펜싱이나 양궁 등에서 받았다. 축구 한 종목에서 20명이나 특혜를 받은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한 특정 축구선수의 경우에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꼭 금메달을 따서 군대에 가지 말라고 기원까지 했다. 그는 프로선수로서 주급(週給)이 5억 원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몸값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연봉이 60억 원이고, 군면제가 되는 2년 동안 1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야구 종목 때문이다. 야구선수 중에서도 9명이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서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몇몇 선수에게는 군복무를 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여론이다. 문제는 병역특혜를 받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고 지목되는 두 선수에게 비난의 여론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심지어는 그 두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도록 ‘은메달을 따라’고 기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 결과 병무청에서조차 병역특례제도를 보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성적에 따른 병역특례 자체가 여론의 대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특정 선수가 병역특례를 받는 것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선수는 오히려 특혜를 주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데, 어떤 선수가 특혜를 받는 것은 반대하는지 그 심리적 기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위의 경우에서도 특정 축구선수가 특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두 야구선수가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름 다양한 이유를 든다. 물론 그 이유들이 타당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관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야구선수들이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했기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 아시안게임이 병역면제를 위한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주장이 일관되기 위해서는 특정 축구선수는 더 강하게 비난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선수야말로 병역면제를 받기위해 23세 이하가 출전하는 축구경기에 26세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성적 판단의 능력을 폄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병역특혜를 받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은 이처럼 선수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여론이 형성되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는 데 있다.

​특례보다 병역특례 받은 선수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야구종목
문제는 병역특혜 받기 위해 참가
'은메달 따라' 기원 조롱댓글 봇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경우에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이 서로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서로 일치하면 좋아한다. 반대로 여러 요소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서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현상을 ‘일관성(一貫性)의 원리’라고 부른다.

결정할 때 관여하는 각각의 인지적 요인들에게는 감정적 요소가 있다. 만약 세 가지 인지적 요인이 포함된 결정을 할 경우 각각의 요인에 관련된 세 가지 감정적 요소가 있다. 이 세 가지 감정적 요소들이 일관된 것인지를 알아보는 간단한 방법은 이 세 요소들을 곱(×)하면 된다. 곱의 결과가 긍정(+)이면 일관된 것이고, 그 관계는 심리적으로 즐겁고 편안하다. 대조적으로 곱의 결과가 부정(-)이면, 일관적이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일관되게 느끼려고 다양한 인지적 책략을 사용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 요인과 관련된 감정적 요소 중 부정(-)이 없거나 두 개가 있을 때[(-)×(-)=(+)] 일관성이 유지되고, 심리적으로 편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병역특례의 경우에는 최소한 세 가지 인지적 요인, 즉 특정 선수, 금메달 획득, 병역특례가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각각의 요인들에는 감정적 요소가 있다. 좋아하는 선수(+)와 싫어하는 선수(-)가 있다. 금메달을 획득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병역특례를 받는 것(+)과 못 받는 것(-)이 관련이 되어 있다. 만약 손흥민 선수처럼 좋아하는 선수(+)가 선발된다면, 당연히 병역면제를 받는 것(+)을 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메달을 따는지(+) 혹은 따지 못하는지(-)의 여부가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몹시 중요하다. 금메달을 따는 경우에만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응원하고 기원할 것이다. 그래야만 세 정서적 요소의 곱[(+)×(+)×(+)=(+)]은 긍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가 선발이 되는 경우, 금메달을 따서(+) 병역특례를 받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세 정서적 요소의 곱[(-)×(+)×(+)=(-)]이 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메달을 따지 않기를(-)를 바란다. 그래야 곱이 긍정이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댓글에서 국위 선양을 포기하고 특정 종목에서 ‘은메달’ 따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이 봇물을 이룬 것이 쉽게 이해가 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선발되면 금메달을 따도록 열심히 응원할 것이고,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가 선발되면 금메달을 따지 못하도록 기원할 것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가 선발되는 것부터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동시에 비록 금메달을 획득하였지만 ‘군입대를 하라’는 댓글이 쇄도할 것이다. 그래야 감정적 요소들이 일관되기 때문이다. 만약 당사자가 군입대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다시는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가 병역특혜를 받는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병역특례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하라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판단을 할 경우, 제일 핵심적 요소는 ‘당사자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여부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반대로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의 결정은 많은 경우, 감정적으로 이미 결정되고 난 후, 인지적으로 그 결정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리(合理)적이고 이성(理性)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판단하면 이성적일 때보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도를 형성하거나 판단할 때 이성이 더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이 더 영향을 미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선택의 결과가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은 많은 경우 이미 감정적으로 판단을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 간단한 사실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평소 대인관계를 잘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정치가나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평소에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마음을 잡으면 머리는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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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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