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칼럼] 악취를 향기로움으로

기사입력 : 2018-10-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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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시골 화장실의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도 매우 희석이 되면 향수처럼 은은한 향을 제공하지만 같은 물질이라도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괴로움을 제공한다. 해당 물질이 문제가 아니라 그 양에 따라 사람들은 좋아하고 또 역겨워 한다.

30여 년 전 태릉골 주변에는 돼지갈비집이 유난히도 많았다. 퇴근할 무렵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다보면 차안에까지 퍼지는 돼지고기 냄새에 입맛을 다시곤 하였다. 매일 이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돼지갈비 냄새를 맡으면 퇴근하는 길은 행복하기조차 하였다. 그러다 학교 옆 어느 교수님 댁을 방문하여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행복했던 돼지갈비 냄새가 이곳에도 전달되고 있어 '매일 이렇게 돼지갈비 냄새를 맡으며 식사를 하시니 좋겠다'고 하였더니만 그게 아니란다. 점심시간부터 시작한 냄새가 거의 자정까지 계속되다보니 반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 년 내내 맡아가며 살아보란다. 저것 때문에 집값도 말이 아니며 이사 오려는 사람들도 없다고 하였다. 향기롭게만 느꼈던 퇴근길 잠깐의 돼지갈비 냄새는 이곳 주변의 가정집에서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파트촌에 모여 살지 않고 여기 저기 흩어져 살면서 고기도 자주 못 먹던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점차 집단으로 살면서 이런 냄새 뿐만 아니라 생활오수, 음식쓰레기로 인하여 정화조를 운영하는 주변에서 나는 냄새, 각종 폐수처리장에서 나는 악취들이 점차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량 공급을 위해 집단으로 키우는 양계장이나 소 돼지 축산농가의 분뇨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스, 계란 썩은 냄새인 황화수소와 방귀로 방출되는 메탄가스 문제는 동물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비위생적인 농장 환경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힘겹게 느껴지는 악취로 역겨움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식생활의 변화와 수입고기의 증가로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음식물을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냄새들도 함께 생활악취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생활쓰레기와 악취발생의 문제가 최근 더욱 더 불거지고 있어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닭고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동남아시아도 양계장의 악취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싱가포르의 한 업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양계장에서 발생하는 축산 분뇨를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악취 저감화를 시도하였고 이 과정에서 고부가가치의 부산물을 별도로 생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물론 생활악취가 발효공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화학약품처리법이나 저온 플라즈법, 또 음식점 등에서는 환기 덧트, 전기집진, 여과 집진 등으로 일부분 저감화 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잘 운영해 나갈 것이냐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음식점에 설치된 환기 덧트도 설치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문제,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 그리고 자발적인 사업장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새로이 신설되는 사업체는 자발적으로 악취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욕의 꽃(Cote)이라는 이름의 한국음식점이 미슐랭 스타 하나를 받았다. 이곳은 음식도 한국적으로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 테이블마다 갈비를 구울 적에 나는 냄새를 제거하는 장치로 4000달러 짜리 장치를 설치하여 음식을 먹고 난 뒤에 갈비 냄새가 옷에 베지 않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이처럼 손님을 위하여, 주민을 위하는 노력을 업체나 음식점이 스스로 해 나갈 때 우리 주변의 악취는 점차 악취에서 향기로움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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