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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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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52) 세간(世間) vs. 출세간(出世間) vs. 초세간(超世間)

강정민(변호사·소설가)
강정민(변호사·소설가)
세상 속에서 철저히 세속적인 삶을 사는 것을 세간(世間)이라 하고, 속세(俗世)에서 벗어나 하늘나라를 맛보며 사는 삶을 출세간(出世間), 철저히 세상 속에 뿌리박고 살아가되 세상적 가치를 초월하여 살아가는 삶을 초세간(超世間)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인격을 5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1단계는 먹고 살기 위해 애쓰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단계의 인격, 2단계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추었지만 오직 먹고 사는 일에만 집착하는 단계의 인격, 3단계는 먹고 사는 일에서 조금은 벗어나 제3의 가치를 추구하는 단계의 인격, 4단계는 인간이 정말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 구도자(求道者) 단계의 인격, 5단계는 그 답을 찾아 일상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단계의 인격입니다.

1단계에서 3단계까지의 인격이 세간, 4단계의 인격이 출세간, 5단계의 인격이 초세간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은 세간, 출세간, 초세간 중 어느 것에 해당하십니까?
구도(求道)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절이나 교회, 성당, 수도원 등의 공간이 바로 출세간의 공간입니다.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대자연의 품에 묻혀 사는 사람들도 출세간의 공간을 찾아 나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깊은 산속에 있는 옹달샘과 같습니다. 누군가 찾아와 휘젓기 전까지는 침전물들이 착 가라앉아 더 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옹달샘을 휘저으면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들이 떠올라 순식간에 더러워지고 맙니다. 세상 모를 때 우리의 마음은 침전물이 착 가라앉아 있는 옹달샘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세상살이에 젖어들면서 침전물들이 떠올라 혼탁해지기 시작하고 그 상태가 일상이 되고 맙니다. 세상이 마음 속 옹달샘을 끊임없이 휘젓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침전물들이 착 가라앉아 맑고 깨끗했던 어렸을 적 옹달샘 상태를 기억하고 있고 그리워합니다. 그 상태로 돌아가는 방법은 옹달샘을 휘젓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떠나도 되나 걱정이 앞서지만 점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등산, 낚시, 골프 등의 레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레져를 즐기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그것은 마음 속 옹달샘을 휘젓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부유물들이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리에 향수처럼 남아 있는 청량지(淸涼池)를 맛보며 안식을 느끼는 것입니다. 절, 교회, 성당, 수도원 등은 마음 속 옹달샘을 깨끗하게 회복시키는 출세간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됩니다. 옹달샘을 깨끗하게 회복시켜 세상으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아무리 휘저어도 더러워지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침전물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의 옹달샘에 존재하는 침전물들을 아예 제거해버리면 아무리 휘저어도 더러워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침전물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세상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 자신만만했는데 세상에 나가자 다시 침전물들이 일어나고 만 것입니다.

출세간의 공간을 찾은 구도자들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공부는 부유물들을 다시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부유물들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부유물들을 완전히 제거하고 세상에 나가야 초세간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침전물을 모두 또는 상당히 제거하신 분들입니다. 그들의 가르침은 침전물들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옹달샘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강정민(변호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