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증권사의 신수익원으로 언론을 장식하는 발행어음이 그것이다. 발행어음은 발행사가 직접 발행하고 고객에게 원리금을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이다.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차원에 발행어음이 도입되니 웃픈일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발행어음시장이 몇몇 대형증권사 중심의 독과점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사실이다.
1호 발행어음 사업자 한국투자증권이 거의 1년 동안 독점사업자로 톡톡히 재미를 보다가 최근 NH투자증권이 당국 승인을 받으며 합류했다. KB증권은 하반기 인가를 준비 중이다. 규모에서 자격이 되는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내부거래 조사로, 삼성증권은 배당오류 사고로 당국이 인가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발행어음 사업자는 많아야 3개에 불과하다. 상당 기간 발행어음시장이 이들 몇몇 사업자의 독과점시장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이다. 이는 발행어음 수익률에서 잘 나타난다. 대표상품인 1년 만기 수익률(약정형) 연 2.3%(세전)는 1호 사업자나 후발주자나 똑같다. 단 적립식의 경우 NH투자증권이 수익률을 연 2.50%로 높이자 한국투자증권이 연3.0% 다시 인상하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경쟁이라고 보기엔 뭔가 부족하다. 은행과 달리 돈을 버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야성의 증권업계에 그 수익률 차이가 고작 0.05%포인트에 불과하다.
경쟁보다 생색내기에 그친 이유는 발행어음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압도할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두 사업자가 나눠 먹는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이즈가 문제이면 사이즈에 맞춰 발행어음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맞춤형 규제를 도입하면 된다.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까지 발행어음시장의 문호를 열고 더 좋은 투자처를 찾기 위한 경쟁을 하면 연5% 발행어음의 탄생도 꿈은 아니다. 투자자 이익 제고를 최우선으로 기치를 내건 당국이 발행어음 독과점의 방패막이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다. 7.5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