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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베트남] 하노이·호치민은 '밀수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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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베트남] 하노이·호치민은 '밀수천국'

먹거리·의약 등 넘쳐나…교민사회에 고가에 되팔아

정식수입통관이 되지 않은 올그루 손만두 제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 며칠 후 이 제품에는 CJ만두제품의 수입인증 스티커가 붙었다.이미지 확대보기
정식수입통관이 되지 않은 올그루 손만두 제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다. 며칠 후 이 제품에는 CJ만두제품의 수입인증 스티커가 붙었다.
[글로벌이코노믹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등 대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교민 사회가 '밀수천국'이 되고 있다. 각종 먹거리부터 의약, 생필품까지 밀수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반 개인들이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을 몰래 들여와 이웃과 나누는 정도의 애교수준을 넘어섰다. 베트남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큰 유통업체들까지 버젓이 밀수품을 가져와 고가에 되팔고 있다. 검역과정을 거쳐 정식 수입통관이 안된 이런 밀수품들은 각종 병균에 대한 노출과 운송 시 안전에 대한 장담이 어려운 데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판매자나 구입고객 모두 처벌대상이다.
16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다낭 등 대도시나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에서 한국제품들을 보는 건 이젠 어렵지 않다. 한국의 대형 유통사들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한국교민들의 규모도 커지고 있어서다. 한마디로 상권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K-Pop,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 감독 등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제품부터 한우까지 종류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품들이 정식 수업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자리잡았다고 평가받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큰 유통업체까지 밀수품을 팔고 있어 불법에 대한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인들이 매일 짝퉁천국이라고 비꼬는 중국을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K-Mart에서는 항공으로 운송되는 한우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K-Mart에서는 항공으로 운송되는 한우 제품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의 100대 브랜드에 선정된 K-Mart 매장을 가보면 올그루라는 기업에서 생산된 손만두 제품을 판매한다. 초기에는 제품 뒷면에 정식수입 시 붙이는 수입품 인증 스티커가 없었다. 그러다 최근 밀수품에 대한 현지감독이 강화되자 며칠 뒤 이 제품뒷면에는 ‘CJ 손만두’제품으로 된 수입 인증 스티커가 붙었다.

판매 제품 뒷면의 수입 스티커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밀수품에 정식 수입된 다른 제품의 스티커를 붙여 놓는 방식이다. 운송비용을 감안해도 가격이 비싸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6060원에 파는 상품이 K-Mart에서는 1만2000원대에 판매된다.

이런 제품들은 정식수입을 해도 동남아지역에서는 가격차가 한국과 크게 나지 않는다. 다른 제품들도 비슷하다. 백설 김치 손만두나 해찬들 초고추장을 살펴보면 전부 CJ제품으로 표기된 수입 스티커가 붙어있다. 농협목우촌 미니돈까스에는 한국김밥용 소시지 스티커가 붙어있다.

하노이 시내 중심가 롯데마트를 가면 정식 수입이 안된 이런 제품들은 진열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교민 밀집지역에 위치한 K-Mart에서 주로 판매가 된다.

K-Mart는 항공으로 운송된 안성마춤 한우를 들여왔다고 광고까지 했다. 안성마춤 농협조합 공동사업법인과 제휴한 듯이 광고한 전단지도 붙였다. 하지만 한우는 국가간 먼저 협의되어야 하는 문제다. 한국은 구제역 등 문제로 청정지역에 탈락해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홍콩에 일부 고기부위가 수출되는 정도다. 특히나 육류는 검역과정 등 까다로운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베트남 현지에 각종 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K-Mart의 한우에 대해 확인결과 정작 안성마춤 농협조합 공동사업법인은 자신들의 제품이 수출되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농림축산검역본부 사무관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베트남에서 수출기준 검역인증을 받은 곳은 없다“고 답했다.

호치민의 일부 마트에서는 수입품목이 아닌 배나 참외 등 과일들이 판매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호치민에서 코트라와 수출업을 하는 꽌씨는 “주변에 한국 사람들은 맨날 중국에 대해 짝통의 나라라고 비꼰다“며 “하지만 자기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법규를 어겨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겉과 속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응웬 티 홍 행 베트남 통신원